[경일춘추] 테크놀로지와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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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03.2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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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진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김낙진 진주교육대학교 교수


코로나19로 지구촌이 마비된 3년의 세월은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흘려보내던 일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접촉이 자제되고 여행이 중단되자, 만남의 소중함을 알았다. 교육종사자들은 학생 없는 강의실이 절망의 구렁임을 절감했다. 얼굴을 반 넘어 가린 생활이 지속되자, 표정을 읽으면서 나누는 대화법이 얼마나 진화된 생존의 기술인가를 깨달았다. 자연을 과학적으로 관리한다던 현대인의 자신감이 자만에 불과했고, 위기관리 능력에 취약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익숙했던 세계가 붕괴한다는 불안감과 함께 미래에의 희망을 갖는다. 퇴근길에 들르던 단골집이 여러 군데나 없어지는 안타까움을 맛보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다가 서열이 급상승한 기업도 보았다.

진주교육대학교도 같은 경험을 한다. 해오던 대로 수업을 준비하고 개학을 기다리던 중 등교 자제를 권고 받고 큰 혼란에 빠졌다. 과학기술자와 기업인들이 쌓아놓은 원격강의기술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겼는데, 이 충격을 잊지 않고 관행처럼 유지되던 교육방법을 반성하면서 혁신의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새 기술은 필요성을 느끼던 교육 관련 도구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위기의 시간 동안 개발된 맞춤형교육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학생들은 적정 수준의 학습 능력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니, 이제 사교육비 부담을 조금은 덜 수 있겠다. 교수자가 의도한 대로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던 경직된 교육을 대신하여, 개별 학습자의 요구에 맞추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육 시스템도 구축된다. 이미 인터넷 검색으로 숙제를 하던 학생들은 챗봇(chatter robot)을 사용하여 과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새 기술을 선용하는 역량을 길러야 하는 시기인데, 적응 여부가 개인과 집단의 번영을 좌우할 것이다.

다만 이것에만 몰입하면 더 중요한 기술에 소홀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걱정이다. 혹자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자신의 생각을 생각하는 능력인 메타인지능력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변화의 배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사람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무엇을 욕구하기에 이 기술들을 개발하는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등을 묻고 깨닫는 교양의 능력이다. 현상의 이면에서부터 사는 세계를 통찰하고, 무엇을 해야 하고 얼마나 할 수 있는지를 아는 대응의 기술이므로, 어린 시절부터 길러서 교양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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