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세계의 동전을 만드는 ㈜풍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세계의 동전을 만드는 ㈜풍산
  • 경남일보
  • 승인 2023.03.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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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는 일반적으로 지폐와 동전으로 구분된다. 그 동전(銅錢)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화폐를 지칭하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그중에서 특히 구리나 구리합금으로 만든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무 금속으로 만든 화폐를 다 망라하는 말은 원래 주화였고 동전은 주화 중에서도 ‘구리’로 만든 것들만 가리는 말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주화는 곧 동전으로 인식된다. 우리나라에서 동전을 만드는 과정은 우선 동전의 무늬와 모양, 크기 등을 디자인해 원그림을 만든다. 원그림에 따라 조각을 하고 조각에 석고를 부어 석고 조각을 만드는 과정을 거쳐 최종 조각을 만든다. 디자인을 금속에 새긴 원극인을 만들고, 이 원극인을 이용해 동전을 찍어 낼 극인을 여러 개 만들고 금속을 녹이고 압축해 동전의 성분과 두께에 맞는 큰 금속판을 만든다. 극인을 금속판에 찍어 동전을 만들고 만들어진 동전의 상태와 크기 등 품질을 검사한 뒤에 검사가 끝난 동전을 포장해 한국은행으로 보내게 된다.

그런데 많은 외국에서는 액면가와 그림 무늬가 압인된 주화와는 달리 압인되기 전의 반제품 상태의 동전인 이른바 ‘하얀 동전’이란 뜻의 소전(素錢-Coin Blank)을 수입해 액면가와 그림 등의 무늬를 압인해 사용한다. 한국의 ㈜풍산이 전 세계 70여 개 국가에 연간 약 40만 t의 소전을 수출하고 있다. 소전 세계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다. 풍산이 전 세계 동전들의 원산지가 된 시점은 1970년이다. 당시 한국조폐공사는 풍산을 주화용 소전업체로 선정했다. 그러니까 1970년 이후 생산된 한국 동전들은 모두 풍산에서 만들어졌다.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호주,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동전 주조를 위해 풍산의 소전을 사용한다.

1973년부터 대만에 소전을 수출하기 시작한 풍산은 1997년에는 미국과 호주 등까지 수출을 넓히게 된다. 1997년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수출성과는 유로화의 원재료인 노르딕골드를 수출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노르딕골드는 보통의 동전보다 만들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금색에 가장 가까운 황금색을 띠기 위해 구리, 아연, 주석, 알루미늄을 정확한 비율로 배합해 제작해야 하는 기술력이 필요하다. 1993년에 EU가 결성되면서 경제적 통합 과정에서 단일화폐인 유로화를 만드는 일이 중요했다. 1999년 1월 1일 유로화가 탄생하면서부터 3억 명에 달하는 EU 회원국 국민들이 함께 써야 했으니 1인당 200여 개로 추산되는 어마어마한 소전 시장이 새로 형성된 것이다. 노르딕골드를 개발한 곳은 핀란드였지만, 대량생산이 안된 것이다. 그래서 풍산이 다각적인 미팅을 통해 유로화 동전 생산권을 따온 것이다.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11개국이 줄줄이 풍산과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풍산은 비철금속, 방위산업, 정밀산업 분야 기업이다. 소전 생산은 비철금속 사업 분야의 하나다. 동전뿐만 아니라 기념주화용 소전도 공급한다. 단순해 보이는 소전 제조 기술에는 최첨단 합금기술이 집약돼 있다. 위조를 방지하기 위한 까다로운 기술이 필요한 소전으로, 풍산은 유럽의 자존심마저 확실하게 눌렀다. 노르딕골드는 ‘4원 합금’, 즉 구리·아연·알루미늄·주석 등 네 가지의 비철금속을 섞어 만든 제품으로, 그때까지 어느 누구도 시도해 보지 못한 분야였다. 동판 생산라인. 주조, 압연, 가공의 원 스톱 시스템을 갖춘 소전업체는 전 세계에서 풍산밖에 없다.

풍산은 1968년 창업이래 동 및 동합금 제품을 생산하는 신동산업과 각종 탄약을 생산하는 방위산업에 전념해 국가경제발전과 자주국방 실현에 기여 해온 세계 정상급의 동제품 전문기업이다. 60년대 말 국내 최초로 신동산업을 태동시킨 풍산은 80년대 초 온산 비철산업단지 내에 최신설비의 대단위 신동공장을 준공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국내외 시장에 고품질의 동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해 왔다. 풍산은 특히 원재료에서 완제품에 이르는 전 공정을 일관 생산체제화해 높은 생산성과 제품 및 가격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단일기업으로는 세계 3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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