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서울의 짝퉁은 싫다
[경일포럼] 서울의 짝퉁은 싫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3.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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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서울과 닮은 도시를 만들면 서울의 짝퉁밖에 되지 않는다. 지방소멸시대에 대비해 도시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논의와 제안에 앞선 전제조건이다. 도시 고유의 정체성과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도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서울과 판이한 라이프 스타일과 도시경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관건은 진주다운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일종의 시대인식과 실천에 달려 있다.

거대담론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사회 전 분야에 걸친 ‘대도시 베끼기’에서 벗어나는 사고의 일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이다. 과거 고층빌딩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지역의 역사·문화를 기반으로 한 도시의 정체성과 매력을 키워나가는 도시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타 도시가 절대로 흉내낼 수 없는 진주만의 매력을 가진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살기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융합되고, 다양한 생각들을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통의 추억을 만들어 주는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른바 도심공원, 도서관, 골목길 등이 그것이다. 더불어 진주의 역사·문화·예술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기회가 함께 제공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진주성은 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라는 기능적인 측면만 강조되면서 여타 도시의 성곽들과 차별화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원화성이나 서울 도성길과 같이 특정 지역을 상징하는 공간으로서의 인식도 역시 상대적으로 낮다. 진주성 복원이 늦어지면서 진주성만의 특화된 경쟁력과 매력을 발산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진주성 외성 찾기를 통해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진주성 성곽의 문화자원을 발굴·활용한 관광자원의 개발 움직임이 있다는 점은 다행스런 일이다. 구도심을 가로지르는 진주성곽을 따라 도심을 여행한다는 자체가 대단히 매력적이다. 단언컨대, 대한민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진주만의 매력이면서 진주만의 도시경쟁력이 될 것이다. 단순히 성곽을 돌며 시가지를 구경하는데 그치고 있는 수원화성과 서울 도성길과는 차원이 다르다. 진주의 강점이기도 하다.

진주에는 진주성과 같이 공공재 성격을 지닌 수많은 도심공원이 있다. 문제는 도심공원들이 진주만의 특색과 다양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도심공원이라는 태생적인 공간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타 도시와 구별되는 도시의 매력과 경쟁력을 키우는데 일조하는 공간으로 키우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도심공원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통해 진주만의 매력을 발산하는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진주시를 온전히 친자연형 매력도시로 만드는데 있어 도심공원만큼 좋은 공간은 없기 때문이다.

진주에서 ‘걷고 싶은 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의 경리단길과 가로수길, 익선동과 유사한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단위 면적당 벤치의 숫자를 그 나라의 건전성을 파악하는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진주성과 도심공원, 그리고 시민들이 걷고 싶은 길에 몇 개의 벤치가 설치되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살기 좋은 도시란 어쩌면 공공 공간 내의 벤치의 수로 정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담장이나 울타리 대신 벤치가 놓인 공간이 많을수록 진주는 살기좋은 곳이 될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 중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서울의 별마당 도서관과 같이 100만권이 소장된 도서관 1곳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1만권이 소장된 도서관 100곳이 낫다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도서관이 많은 진주가 되었으면 한다. 서울의 짝퉁이 되기 싫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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