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쩌다 시골까지 대물림 학폭 발생했나
[사설] 어쩌다 시골까지 대물림 학폭 발생했나
  • 경남일보
  • 승인 2023.03.2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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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청의 한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발생한 학교폭력과 관련, 이 학교에서 학폭이 대물림 돼온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은 충격이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23일 이 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결과, 재학생 6명은 과거 졸업생 선배들이 학교폭력을 행사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했고, 다른 3명은 직접 피해를 봤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이 가해 학부모가 변호사를 통해 법적으로 대응하거나 대물림 학교폭력은 괴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후유증이 심각하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선배 폭력을 ‘교육’으로 정당화하는 분위기 때문에 뾰족한 대응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당하게 된다. 더구나 기숙사 등의 생활에서 대물림되는 구조 속에서 마음속 깊은 곳에 남은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수 있다.

최근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사례처럼, 가해 학생 측이 학교폭력 심의위원회 처분에 불복, 집행정지나 행정소송을 내면 처벌은 유예된다.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피해 학생은 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 대응처럼 시간 끌기로 대처하는 경우도 있다. 법을 이용한 ‘맞폭 만들기’로, 피해 학생은 수년 넘게 더 고통을 받게 된다.

특히 가해자가 “나도 폭력을 당했다”고 역으로 신고를 하는 수법을 쓸 때는 피해자는 난감하다. 가해 학부모들은 “내 아이는 잘못한 게 없다”고 발뺌하거나 “맞을 만하니까 맞았지”라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사례도 있다. 일부 변호사들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꾸는 이른바 ‘맞폭, 쌍폭 만들기’로 대응하면 피해 학생은 이중 삼중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가해자 학부모가 “아이를 볼모 삼아 한몫 챙기려 한다”고 음해와 법적 대응을 하면 소송으로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생계를 제쳐두고 막대한 시간, 비용을 투입할 수 있는 학부모는 많지 않다. 1심 본심, 2심, 3심까지 가려면 최소 수 천 만 원이 들 때도 있다. 어쩌다 작은 시골에서 조차 대물림 학교폭력이 발생했는지 학교는 물론, 사회 전체의 깊은 반성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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