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장애는 보이지 않을거예요”
“무대 위에서 장애는 보이지 않을거예요”
  • 백지영
  • 승인 2023.03.28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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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L이 창단한 ‘K-하모니오케스트라’
발달·시각장애 예술인 10명 직접 고용
정기연주회 앞둔 리허설 ‘긴장 속 설렘’
30일 오후 3시 경남문예회관서 공연
지난 27일 오후 4시께 진주시 충무공동에 위치한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하 KTL) 본사건물. 승강기를 타고 6층에 내리자 봄의 향연을 알리는 듯한 화려한 선율이 들려 왔다.

선율의 주인공은 KTL이 지난해 11월 발달장애 8명, 시각장애 2명 등 10명의 중증 장애 예술인을 직접 고용해 창단한 ‘K-하모니오케스트라’.

장애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오케스트라 창단은 국내 공공기관 중에서 첫 시도다. 찾아간 현장은 창단 후 처음으로 관객 앞에 서는 ‘제1회 정기 연주회, 아름다운 동행’을 앞둔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준성이가 그 부분을 크게 쳐서 힘있게 가주니까 좋다. 더 다듬어야 하는 부분은 알려줄게.”

지휘봉을 든 김사도 지휘자가 김준성(32·자폐성장애·피아노) 단원의 악보에 주의사항을 적어주며 세심한 연주를 주문했다. 엄격함과 카리스마로 연주자들을 휘어잡는 여느 오케스트라 지휘자와는 달리, 단원들을 향한 그의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진다.

무대 위 10명의 연주자 역시 김 지휘자의 주문에 귀를 기울였다. 음악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에 경남은 물론 수도권, 충청권 등에서도 장애 예술인들이 ‘K-하모니오케스트라’의 문을 두드렸다.

정유빈(24·지적장애·첼로) 단원은 “오케스트라 합격 소식에 ‘나도 멋지고 대단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 함께 음악을 맞춰 연주하는 게 어렵긴 하지만, 열심히 연습한 만큼 멋진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공연을 앞둔 단원들은 떨림보다는 많은 관객 앞에 자신의 음악을 선보인다는 기대가 더 커 보였다. 바이올린 연주자인 서민경(31·시각장애) 단원은 “학창 시절 바이올린을 시작했지만 연주자가 될 거라고는 꿈조차 꾸지 못했다”며 “하면 할수록 책임감이 점점 커지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단원들의 이런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 지휘자는 “이번 공연이 주는 의미가 참 크다. 타 기업에도 장애 청소년에게도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첫 발걸음을 내딛는 만큼 잘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K-하모니오케스트라’는 유명 영화 음악의 OST, 가곡을 비롯한 쇼팽·차이콥스키·드보르자크 등의 클래식까지 다채로운 곡을 선보인다. 소프라노 윤한나(광신대 음악학부 교수)와 진주소울합창단과 함께하는 협연 무대도 준비돼 있다.

지역사회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당초 200~300명 선의 관객을 예상했는데, 이미 1100명 이상이 예매를 마쳤다.

이도명 KTL 상생협력 담당은 “처음엔 중·소규모 공연장 대관을 추천받았지만 첫 공연인 만큼 많은 관객이 찾을 수 있는 공연장에 세우고 싶었다”며 “예상을 넘는 높은 관심에 경남문예회관 1층은 물론 2층 객석도 사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들의 연주회는 30일 오후 3시 진주시 칠암동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사전 예약(055-791-3118)이나 당일 현장 발권을 통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27일 오후 진주시 충무공동 KTL 강당에서 K-하모니오케스트라가 창단 첫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KTL
27일 오후 진주시 충무공동 KTL 강당에서 K-하모니오케스트라가 창단 첫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KTL
27일 오후 진주시 충무공동 KTL 강당에서 K-하모니오케스트라가 창단 첫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27일 오후 진주시 충무공동 KTL 강당에서 K-하모니오케스트라가 창단 첫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27일 오후 진주시 충무공동 KTL 강당에서 K-하모니오케스트라가 창단 첫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27일 오후 진주시 충무공동 KTL 강당에서 K-하모니오케스트라가 창단 첫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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