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 세대 차이와 종(種) 차이
[경일춘추] 세대 차이와 종(種) 차이
  • 경남일보
  • 승인 2023.04.0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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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한국조형예술원 지리산아트팜캠퍼스 학장
김성수 지리산아트팜 학장


연령차가 나는 대화에서 공감력 차이나 견해차가 많으면, ‘아, 세대 차이가 크구나’ 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세대 차이가 아니라 종(種) 차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앞(기성)세대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면, 이른바 MZ세대 대다수는 ‘디지털 사피엔스(Digital sapiens)’라고 생각한다. 태생 환경부터가 다르다. 그들은 태교도 디지털 방식으로 했다. 따라서 ‘새로운 종’(아직 개인 생각이지만)은 배우지 않고도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고 디지털 환경에 맞춤형처럼 잘 적응한다. 그러나 어찌하랴! 기성세대는 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니 못했다기보다는, 사회적 예측 시스템조차 눈치 채지 못한 사이에, 새로운 종으로 불쑥 나타난 형국이 돼 버린 것이다. 또 사회 조정 시스템이 관련 데이터 축적을 제때 못한 사이 어떤 분야는 이미 주도층으로 진입해 분야 전반을 이끌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새로운 종의 등장과 함께 우리 사회에 ‘경계 없애기 혁명’이라고 할 정도의 큰 변화가 순식간에 일어난 점이다. 이전의 이론, 규범, 관행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뉴노멀(new normal) 현상과 지구촌이 하나로 연결된 초연결 상태인 글로컬(glocal)시대가 온 것이다. 이 얼마나 절묘한 일인가. 사물을 눈앞으로 이동시키며 확대 축소 초점을 맞추는 기성세대와 달리, 디지털 사피엔스는 종이 위에도 손가락 드래그로 초점을 맞추려 하는 디지털 DNA를 갖고 있다. 이 동상이몽(同床異夢) 모습은 거대 조직화 시스템이 아닌 개개인이 연대해 시너지효과를 내야 하는 초연결 글로컬시대에서는 더 효율적인 구도가 될 것이다. 또 국경, 인종, 직업 등 모든 경계개념이 사라지고, 누구나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된 디지털 기반 시대에는 개개인의 워라벨(Work-life balance)과 워케이션(Work+Vacation)에 기반을 둔 라이프 스타일 가치공유가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차별 없이 누구나 누려야 하는 행복추구권이기 때문이다.

지난 성과를 봐왔듯이 열악한 조건에서도 오직 사람의 힘만으로 K-경제·문화 등 지금의 한국을 일궈낸 기성세대의 저력은 찬란하다. 또 ‘나’를 중심으로 한 합리성과 행복 가치 문화세대인 디지털 사피엔스는 싱그럽다. 이제 종 차이를 넘어 화학적 연대를 이루면, 기후위기나 지방소멸 등 당장 코앞에 와있는 현안 극복에 훨씬 강력한 융합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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