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위에 대한 복종과 소멸하는 인권
[기고]권위에 대한 복종과 소멸하는 인권
  • 경남일보
  • 승인 2023.04.0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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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진 다힘법무사
1961년 예일 대학교의 심리학과 조교수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사람은 양심과 도덕에 의해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지를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로 남성 40명을 모집해 교사와 학생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학생 역할의 피실험자에게는 양쪽에 전극이 부착된 의자에 묶어놓고 실험관에 의해 전기 충격 장치가 연결했다. 교사 역할의 피실험자는 15V에서 450V까지 전압을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학생 역할의 피실험자는 배우였으며, 전기 충격 장치도 가짜였다.

실험이 시작되자 놀랍게도 선생 역할을 맡은 피실험자 65%가 450V까지 전압을 올렸다. 학생인 피실험자들이 비명을 질러 댔지만, 밀그램이 “그대로 계속하십시오”란 말을 하자 그 지시를 묵묵히 그대로 이행하기만 할 뿐이었다.

이 실험에서 우리는 무엇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권위를 가진 인간이라면 그 인간이 설사 악이라 해도 그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 인간의 심성이다. 이는 홀로코스트와 파시즘이 인류사에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하나 인권유린과 관련된 직무는 철저하게 규범 준수 훈련을 받아 그것이 체화된 사람에 의해 시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금전 혹은 사적 이익에 의해 유인된 일반인은 언제든지 그것을 노리고 악마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실험은 전세계의 인간 정신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유사한 실험이 스탠퍼드대학에서 진행됐다. 사회 심리학자인 필립 짐바르도가 스탠퍼드 대학에서 24명의 남자 대학생을 교도관과 죄수로 분류해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갔다. 이 실험은 2주 예정으로 진행했지만, 실험 중 발생한 가혹 행위로 5일 만에 종료되었다. 실험참가자들을 성향에 따라 분류한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분류했는데도 불구하고, 수감자 역할을 맡은 참가자와 교도관 역할을 맡은 참가자 사이에 말투나 감정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교도관은 폭력적으로, 수감자는 수동적으로 변했다. 교도관 역할을 담당한 피실험자들이 가혹 행위를 하는 것이 관찰되면서 실험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실험은 선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평범한 인간도 얼마든지 악마화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악을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무섭게 체감토록 했다.

우리는 일상에서 과연 권위의 테두리를 과감하게 벗고 양심이나 도덕의 준칙에 따라 행위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봄밤이 새도록 궁리에 궁리를 해도 마땅한 해답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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