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경남도의원

현재 지방은 말 그대로 고사 직전의 아름드리 나무와 같다. 과거와 비교해 볼 때 넓어진 도로와 고층 건물들로 도시는 화려한 외양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원도심과 농촌지역은 소멸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저출산 고령화의 여파로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돼 지역의 활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년 2월 국내인구이동 자료에 따르면 경남은 한 달 동안 무려 4162명의 인구가 유출돼 전국에서 가장 큰 감소를 보였는데, 이는 1986년 2월의 4263명의 순유출 이후 35년 만에 가장 큰 수치라고 한다. 또한 전입인구에 전출인구를 뺀 뒤 이를 지역 전체의 인구수로 나눈 순이동률로 살펴보아도 경남은 -1.7%를 기록, 전국 최고의 인구 순유출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동안 경기 4738명, 서울 3467명 등 수도권에서는 총 1만 774명이 순유입 됐다.
그렇다면 왜 젊은이들이 경남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있을까? 그것은 더 나은 배움의 기회와 그로 인한 더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다. 이는 경남뿐만 아니라 다른 비수도권 지역도 마찬가지인 상황이어서 좋은 교육 및 취업 여건을 가진 수도권의 경쟁력에 맥없이 밀리고 있는 형편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경남의 대학들을 세계적 대학을 육성해 나가야 하는데 필자는 다음의 방향성이 전제돼야 한다. 우선 지역의 최고 인재를 기를 수 있는 다양한 전문적 교육시설이 구비돼야 한다. 앞서 언급한 로스쿨이나 만성적인 의료 인력 부족을 보이고 있는 의과대학 정원 문제도 지역의 경쟁력 측면에서 다시 재고돼야 한다. 다음으로 지역의 발전을 이끌어나갈 여러 학과가 집중 육성돼야 한다. 경남의 경우 농림수산업 등의 1차 산업은 물론 조선, 자동차, 기계산업 등의 2차 산업, 관광, 문화예술 관련 3차 산업 등이 골고루 발달돼 있으며 특히 원자력산업과 우주항공산업 등이 미래산업으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지역대학의 이들 산업의 견인차가 돼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역대학의 통합과 혁신이다. 공·사립을 막론하고 국민의 혈세로 대학이 운영되고 있는데, 지역의 열악한 현실을 도외시하고 대학만이 살 수는 없다. 경쟁력이 없는 대학들은 과감히 정리를 하고 유사 중복되는 다양한 학과들과 대학들은 통폐합을 통해 효율적 운영이 전제될 때 지역대학의 혁신과 발전도 가능해지게 될 것이다.
한림대 총장과 한국은행 총재 등을 역임한 김중수 교육부 글로컬대학위원회 위원장은 “발전된 지역에는 반드시 평판이 높은 지역대학이 존재하며 소멸해가는 지방도시를 대학이 거점이 돼 일으켜 세운 사례가 해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며 “대학의 존립 이유는 그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아무쪼록 김 위원장의 말씀과 같이 경남에서도 서울과 차별화되는 교육과정으로 특색있고 지역적 인재를 키워내는 글로컬대학이 만들어져서 경남의 화려한 비상을 이끌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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