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141]여수 금오도 비렁길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141]여수 금오도 비렁길
  • 경남일보
  • 승인 2023.04.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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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어우러진 천혜의 비경
금오도 벼랑의 풍치.
금오도 벼랑의 풍치.

 


◇방풍나물이 비탈밭을 지키는 함구미마을

한국의 둘레길은 동해안을 따라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조성한 해파랑길(770㎞), 오륙도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남해안을 따라 조성한 남파랑길(1470㎞), 땅끝마을에서 강화 평화전망대까지 조성한 서해랑길(1800㎞), 평화전망대에서 통일전망대까지 DMZ를 따라 조성해 놓은 DMZ평화의 길(530㎞)을 2017년 문화광광부에서 네트워크화해 놓았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 조성해 놓은 한국의 둘레길 외에도 각 지자체가 만들어 놓은 둘레길도 많이 있다. 그중에서 탐방객이 가장 많이 찾는 둘레길 중의 하나가 여수 금오도 비렁길이다. 금오도 비렁길은 배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남파랑길에 속하진 않고 여수시에서 조성해 놓은 둘레길이다.

1코스에서 5코스까지 총 18.5㎞인 금오도 비렁길 중, 풍경이 가장 빼어난 곳이 3코스와 4코스다. 걷기클럽 ‘건강 하나 행복 둘’에서 3·4코스를 탐방하기 위해 여수 금오도로 떠났다. 진주에서 1시간 30분여를 달려 백야도에 도착한 뒤 금오도행 정기여객선을 타고 40분 정도 가자 함구미선착장에 닿았다.

마을 뒤에 있는 비탈밭은 온통 방풍나물로 가득했다. 풍을 막아준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인 방풍나물은 체내 혈관을 튼튼하게 하여 혈전이 생기지 않게 해주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니 당연히 풍 예방에 좋은 식물임을 알 수 있다. 특히 금오도 방풍은 청정 해풍을 맞고 자랐기 때문에 향긋하고 쌉싸래한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벼랑 위의 동백과 바다.
벼랑 위의 동백과 바다.

 

방풍나물밭.
방풍나물밭.

 



◇활짝 핀 봄동백이 반기는 비렁길

함구미마을-직포-갈바람통전망대-매봉전망대-비렁다리-학동-사다리통전망대-온금동전망대-심포. 금오도 비렁길 3·4코스 6.7㎞를 트레킹(걷기 여행)하기 위해 함구미항에서 차를 타고 금오도 비렁길 3코스의 출발점인 직포로 향했다. 양지바른 곳에는 3월 중순인데도 벌써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직포마을 앞 제방에는 아름드리 해송들이 바닷바람으로부터 마을을 지켜주고 있었다. 마을 왼쪽을 돌아가자 데크로 조성한 비렁길이 나타났다. 초입부터 동백나무들로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었다. 동백꽃이 질 시기인데도 필자 일행의 탐방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붉은 낯빛으로 반겨 주었다.

비렁길 3코스인 직포에서 학동까지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곤 대부분 동백숲으로 이뤄져 있었다. 동백숲이 바다를 향해 길을 열어주는 곳에 갈바람통전망대와 매봉전망대 등 금오도의 벼랑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 우리를 맞았다. 가파른 벼랑이 길게 이어져 절경을 연출해 놓았다. 이래서 비렁길이란 이름을 붙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지역 사투리다. 사투리를 맛깔스럽게 잘 살려 놓은 게 인상적이었다. 경상도에선 벼랑을 주로 비리라고 하는데 벼랑이 있는 곳에 조성해 놓은 둘레길로는 창녕 남지의 개비리길, 양산 원동의 황산강 베랑길 등이 있다.

가파른 동백숲길을 한참 올라가자, 먼저 지나간 탐방객들이 떨어진 동백꽃으로 길섶에다 하트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오르막길을 오르며 숨이 차올 무렵, 잠깐 탐방객들의 발걸음을 머물게 하여 한숨을 돌리게 하는 지혜와 배려에 감사하며 모두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동백 하트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었다. 어쩌면 인생의 오르막길에도 동백 하트처럼 사람을 기쁘게 하는 선물이 많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기꺼운 마음으로 가파른 길을 올라갔다. 조금 전까지 힘들게 느껴졌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동백꽃, 벼랑과 바다 풍경을 번갈아 보며 걸어가다 보니 비렁다리에 닿았다. 양쪽 끝에 설치한 지구를 닮은 조형물이 아주 멋있어 보였다. 비렁다리를 건너 다시 숲길을 지나자 필자 일행이 점심 도시락을 먹기로 한 학동마을이 나타났다. 조그만 가게 주변에 여러 개의 식탁과 의자가 있었는데, 주인이 기꺼이 자리를 내줘서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반주로 마신 방풍막걸리와 안주로 내놓은 방풍지짐은 그 맛이 정말 천하일미였다. 점심을 먹고 다시 비렁길 4코스를 걷는 필자 일행은 막걸리 덕분인지 아니면 동백꽃 길을 걸어서 그런지 얼굴이 모두 동백꽃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산죽숲길.
산죽숲길.

 



◇오케스트라 공연장인 비렁길

다시 동백숲길로 접어들자, 섬 전체가 흥겨운 노랫소리로 가득했다. 섬휘파람새의 멋지고 매혹적인 목소리, 박새들이 부르는 빠른 가락의 노래, 그 사이사이 직박구리의 불협화음까지도 멋있게 들리는 금오도 비렁길은 그야말로 오케스트라 공연장이었다. 필자도 특기를 발휘해서 섬휘파람새 소리를 흉내 내 보았다. 함께 간 일행들이 섬휘파람새 소리와 똑같다며 맞장구를 쳤다. 오케스트라 공연을 듣고 있는 옥빛 바다도 신명이 나는지 어깨춤을 추고 있었다.

금오도 비렁길에서 가끔 상괭이를 볼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보곤 했지만 끝내 상괭이를 만나진 못했다. 그렇지만 벼랑과 바다, 동백꽃, 길섶에 핀 개별꽃, 제비꽃, 진달래꽃 등 봄꽃 덕분에 눈 호강을 했다.

온금동 전망대에 이르자 마을 주민 한 분이 바닷가에서 조개를 캐고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다 비렁길 4코스 종착점인 심포로 향했다. 심포에 도착하자 승선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금오도 옆에 있는 안도에 잠깐 들렀다. 안도 서고지에서 대부도를 잇는 노란 구름다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건너편 섬까지 이어진 다리의 색깔과 조형미가 탐방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직 개통 전이라 출입을 할 수가 없어 아쉬웠지만 ‘안도 기러기길’과 함께 다음에 트레킹을 하기로 하고 되돌아왔다. 눈과 귀, 다리 온몸 가득 힐링으로 채웠던 금오도 비렁길, 돌아오는 버스 좌석에 앉은 내 몸에서 땀 냄새 대신 금오도 향기가 묻어나는 것 같았다.

박종현 시인, 멀구슬문학회 대표

동백꽃이 반기는 비렁길.
동백꽃이 반기는 비렁길.
길섶에 핀 개별꽃.
길섶에 핀 개별꽃.
돌로 쌓아 만든 해안초소.
돌로 쌓아 만든 해안초소.
동백숲 터널을 걸어가는 탐방객들.
동백숲 터널을 걸어가는 탐방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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