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다시, 지리산 예술시대
[경일춘추]다시, 지리산 예술시대
  • 경남일보
  • 승인 2023.04.1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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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한국조형예술원 지리산아트팜캠퍼스 학장
김성수 한국조형예술원 지리산아트팜캠퍼스 학장


지리산, ‘이곳을 빼고는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말할 수 없다’라고 할 정도로 숱한 이슈들이 많았던 곳이다. 예술·문화 관련 얘깃거리 또한 빼곡하다. 소설가 이병주는 지리산을 토대로 문학적 일가를 이뤘고, 한국 현대문학의 기념비라 일컬어지는 박경리의 토지 주무대도 지리산 자락 평사리다. 판소리 동편제의 본향 또한 지리산이다. 아예 지리산학파(?)로 분류해야만 될 것 같은 일두 정여창(함양 출신), 점필재 김종직(함양군수 역임), 남명 조식(산청 산천재) 등 조선조 선현들의 학문적 무대 역시 지리산이다.

예술의 태생이 자연이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제의(祭儀)행위가 예술의 모태라고들 한다. 사람은 더 겸허한 자세로 거룩한 자연을 숭배하기 위해 음악과 춤을 탄생시켰고, 그림과 조각과 시(詩)로 사람의 생애와 자연을 기록했을 것이다. 모두가 울고 웃으며 함께 즐겼던 예술이 분화 과정에서 지배층을 위한 찬양과 기록을 맡았던 때도 있었다. 또 권력지향성 예술을 중심으로 어느새 예술 귀족으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끝내 순수 예술지상주의를 넘어 ‘예술은 무엇을 해도 다 괜찮다’라는 비인간성 예술남용 현상을 불러오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비인간, 반인권 현상에 대한 자기성찰이 일었다.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극한적인 표현들, 매우 해로운 재료 사용과 반환경적인 현상 등에 대한 반작용으로 내부로부터 변화가 생겼다. 예술은 근원적으로 생명과 인권과 불가분의 관계이며, 특히 자연과는 절대 관계인 것을 깨달은 예술가들부터 자연으로 돌아가 생명 예술을 추구하고자 했다. 또 예술 귀족주의를 넘어 ‘일상의 예술’을 바라는 예술가들은 ‘어머니 산, 지리산’으로 들어왔을 것이다. 바야흐로 ‘다시 지리산 예술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리산은 어머니 산답게 행정구역 3개도, 5개 시·군으로 둘러싸여 장엄한 준봉이 줄지어 있다. 그 아래 깊고 청아한 골짜기와 인심 후한 들녘이 끝없이 반복돼, 넓고 풍성한 파노라마다. 그 깊고 넓은 터전만큼이나 구석구석에서 은둔 서사를 쓰고 있는 예술가들이 예나 지금이나 셀 수 없이 많다. 아마 앞으로도 지리산을 향한 행렬은 끝이 없을 것이다. 무엇이 이토록 지리산으로 설레게 하며, 애타는 감성과 끓는 열정을 샘솟게 하는 것일까? 혹, 열 손가락 아픔을 다 받아주는 덩치 큰 어머니 산 그리움 때문일까? 자연은 언제나 지고지순하다. 예술은 자연을 닮는다. 일상이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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