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어 전쟁…발트 도자기에 담긴 동시대 비극
국경 넘어 전쟁…발트 도자기에 담긴 동시대 비극
  • 백지영
  • 승인 2023.04.16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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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7월 30일까지
기획전 ‘안전한 지평선:발트 현대 도예’
발트 3국 작가 75명 현대 도예 210여 점

현대사회에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 안전한 지평선이 과연 존재할까? 수많은 생각을 들게 만드는 이 물음에 대해, 유럽 국가들 중 비교적 미지의 나라처럼 느껴지는 발트 3국의 도예가들이 내놓은 답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카린 칼만 作 ‘분열된 지구’


김해문화재단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오는 7월 30일까지 돔하우스 갤러리2에서 올해 첫 기획전 ‘안전한 지평선:발트 현대 도예’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 발트 3국의 작가 75명의 작품 210여 점을 만날 수 있는 국제 교류전이다. ‘발트의 현재, 안전한 지평선’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공모 출품 작가들을 국가별로 작가 25명이 선정해 선보이는 대규모 현대 도예전이다.

발트 3국은 독일과 러시아, 스칸디나비아 반도 사이로 서쪽에 발트해를 둔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 3개 국가를 뜻한다.

이들 3국의 도예 문화는 오랜 역사와 풍부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어, 장식을 담은 작품부터 현대적인 디자인과 개념을 반영한 작품까지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 원로 도자 예술가부터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도자 예술의 발전에 기여한 베테랑 작가부터 갓 부상한 신진 작가까지 다양한 작가들이 참여했다.

전시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을 비롯해 글로벌 자본주의, 환경문제, 전쟁 등 동시대의 첨예한 쟁점과 담론을 다룬다.

발트 3국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닿는 등 인접해 과거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아픈 역사를 가진 만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소재로 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이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인 카린 칼만(에스토니아) 작가의 ‘분열된 지구’도 그 중 하나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겨울 산세를 표현하기 위해 새하얀 도자 작품을 제작하던 작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을 듣자 작품 활동을 멈췄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면을 장식했던 도자기 중간에 빨간색 선을 죽 내려긋고 ‘분열된 지구’라는 이름을 붙여 공모에 출품했다.

 

아이스테 칼바리테 作 ‘전쟁에서 돌아오다’


전시실 한 쪽 벽면에 줄지어 배치된 아이스테 칼바리테(리투아니아) 작가의 ‘전쟁에서 돌아오다’는 전쟁의 참혹함을 담아낸 연작이다. 기괴한 형태로 기댄 사람 형상의 하얀 도자기는 폭탄 탄환에 맞은 양 신체 일부가 까맣게 그을려 있다. 상체만 남고 하체는 없는 사람, 한 쪽 팔이 사라진 사람…. 전쟁에서 인간이 받은 고통을 도자 작품 속 상흔에 투영했다.

에글레 에이니키테-나르케비취에네(라트비아) 작가의 ‘빨강’은 불완전한 요소를 품은 바로크적 작품이다. 물결이 일렁이는 바닷 속 미역이나 해초들이 파도의 흐름에 따라 흔들리는 현상을 새빨간 도자로 빚어냈다. 불행으로 가득한 현대 사회 속, 세월이 흐르고 정세가 바뀌는 대로 이에 맞춰 흔들리고 움직이며 순응하는 생명을 도자의 형태로 조명했다.

전시명인 ‘안전한 지평선’은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완전한 존재일지도 모르지만, 전시는 여러 공동체가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공유해 예술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다.

허재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를 통해 무한대로 확장하는 사고를 공유하고, 연대를 만드는 폭넓은 사유와 소통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주최하며, 라트비아 현대도자센터와 디우가우필스시립 마크로스코 아트센터가 공동 주관한다. 월요일 휴관. 문의 055-340-7009.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에글레 에이니키테-나르케비취에네 作 ‘빨강’
전시장 전경.
전시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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