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과 평등' 100년 전 부르짖은 형평정신
'공평과 평등' 100년 전 부르짖은 형평정신
  • 백지영
  • 승인 2023.04.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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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0일 형평사 창립 100주년 형평주간 지정
형평투어·학술대회·음악회·전시회 등 행사 다채
‘공평은 사회의 근본이요 애정은 인류의 본성이라.(형평사 창립선언문)’

100년 전 진주에서 조선시대 최하층민인 백정들의 신분해방운동, 형평운동이 태동했다. 백정이나 양반이나 사람의 무게는 다 같다며 수평의 저울대처럼 공평하고 평등한 사회를 부르짖는 목소리는 큰 반향으로 이어졌다.

1923년 4월 25일 형평사(衡平社) 창립 불과 1년 사이에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면서, 백정은 물론 농민·노동·여성 등과도 연계해 거대한 사회 변혁 운동으로 전개됐다.

형평사 창립 100주년을 맞아 진주시와 형평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는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를 ‘형평주간’으로 정하고, 이를 전후해 지역 기관·단체들과 다채로운 행사를 선보인다.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
◇진주 100주년 형평 기념식=형평사 창립 100주년 당일인 25일에는 진주남강야외무대에서 ‘진주 100년 형평 기념식’이 개최된다.

먼저 오후 5시 30분 식전 공연에서는 형평운동 주제 영상 상영, 대북 공연,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 맛보기 공연 등이 진행된다.

이후 오후 6시 진주형평인상 시상 등 기념식에 이어 오후 6시 30분에는 식후 공연 ‘평등을 노래하다’가 열린다. 평등을 주제로 한 노래를 지역 남성·여성·어린이 합창단이 차례로 선보인 뒤 협연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오후 7시 시작하는 형평 기념 콘서트 ‘진주를 노래하다’에는 장민호, 박서진, 재하, 한봄, 오유진, 빈예서 등이 출연해 무대를 빛낸다.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22일과 23일 오후 2시에는 진주성 야외공연장에서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가 펼쳐진다. 형평운동 10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공연으로, 1923년 진주를 중심으로 일어난 형평운동을 소재로 한 창작 마당극이다.

‘수무바다 흰고무래’는 조선시대 가장 멸시받았던 백정이 사라진 시대, 우리들의 마음속엔 여전히 특정 집단을 백정처럼 여기고 공평하게 대하지 않고 있지는 않은가를 성찰하기 위해 기획됐다..

작품 제목 중 ‘수무바다’는 바다처럼 넓지만 물이 없는(水無·수무) 남강변 백사장을 일컫는 말이며, ‘흰고무래’는 백정(白丁)의 한자어인 흰 백(白)과 고무래 정(丁)을 한글로 풀어 만든 주인공 이름이다.

노래와 춤 그리고 작 중 역할극을 통해 풀어낸 이야기 속에서 당대의 차별적인 사회상, 흰고무래와 백촌 강상호의 삶과 만남, 형평운동의 좌절과 희망을 엿볼 수 있다.

공연은 무료로 진행되며, 사전에 전화(055-746-7411, 7413)로 예약할 경우 중앙 예약석에서 관람할 수 있다.

◇형평운동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특강=학술적으로 형평 운동을 들여다보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에는 형평 정신이 구현돼 있는지 고민해 보게 만드는 행사도 마련됐다.

형평운동기념사업회는 28일 오후 7시 진주시 칠암동 경상국립대 100주년 기념관 아트홀에서 ‘형평운동 100년과 소수자 인권’을 주제로 특별 초청 강연회를 개최한다. 이날 강연회에는 배융호 한국환경건축연국원 UD복지연구실 책임연구위원이 연사로 나서 ‘형평 100년, 그래서 백정은 사라졌나’라는 제목으로 오늘날 우리 사회를 들여다본다.

이어 29일 오전 9시 30분에는 진주시 가좌동 경상국립대박물관 대강당에서 형평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열린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형평운동, 100년의 기억과 실천’이라는 주제로 형평운동 관련 국내외 학술 정보를 교류하고 형평 가치를 확산한다.

김재영 정읍역사문화연구소 이사장의 ‘형평운동의 권역별 특징’ 기조 발제를 시작으로 △형평운동의 성격 △형평운동과 역사 교육 △형평운동과 인권 △형평운동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 △일본의 부락문제와 수평사 등에 대한 연구 논문 발표와 토론이 이어진다.

 
박건우 作 ‘형평 저울’.
박건우 作 ‘형평사 제6회 정기전국대회 포스터 목판화’.
◇박건우 형평 그림전 ‘형평운동, 100년의 기억’=형평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도시가 꿈꾸는 자유와 평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작가 전시도 눈길을 끈다.

㈔극단현장은 지난 19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진주시 동성동 현장에이라운드에서 박건우 형평 그림전 ‘형평운동 100년의 기억’을 개최한다.

서양화가 박건우는 지역과 도시의 색을 물씬 품은 작품 등을 선보여 온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는 수채화·목판화 등 20여 점을 준비했다.

강상호 선생, 형평운동 기념탑, 백정, 옛 진주청년회관 터 등 형평운동을 상징하는 인물·조형물·장소 등을 화폭에 담았다. 형평운동을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인 형평사 제6회 정기전국대회 포스터를 판화 판으로 제작해 색색의 목판화로 담아낸 작품도 눈에 띈다.

박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인종·성별·출신 등에 따른 억압과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며 “형평운동을 통해 차별을 근절하고, 상호 이해와 존중을 높이고 모두가 자유롭게 공존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일부 날짜·시간대에는 판화 체험도 진행할 예정이다.

◇책과 영화로 만나는 어린이 인권=진주시립도서관은 어린이 인권 관련 도서와 영화를 선물한다. 먼저 24일부터 30일까지 시립도서관 5곳에서 인권 관련 도서 전시에 나선다. 도서관별로 50~100권가량 한곳에 모아 특설 독서대 등에 전진 비치해 손쉽게 볼 수 있도록 한다.

29일 오후 2시에는 도서관별 시청각실·문화강좌실 등에서 인권 관련 영화를 상영한다. 연암도서관 ‘스탠리의 도시락’을 비롯해 △서부도서관 ‘원더’ △어린이전문도서관 ‘행복까지 30일’ △도동어린이도서관 ‘생일’ △남부어린이도서관 ‘나는 보리’ 등 도서관별로 서로 다른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청소년 형평 음악회=오는 29일 오후 5시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는 ‘청소년이 꿈꾸는 평등한 세상! 형평음악회!’가 펼쳐진다. 진주YMCA가 주최하는 이날 음악회에는 진주YMCA 청소년합창단을 비롯해 바리톤 문상훈, 소프라노 박소영, 진주 벨라보체 콰이어 여성합창단, 현악 4중주 앙상블 경상솔로이스츠 등이 무대에 선다.

1부에서는 ‘도레미송’ 등 영화 ‘사운드 오브 트랙’ 수록곡 6곡을 선보인다. 이어 2부에서는 진주 벨라보체 콰이어 여성합창단이 가곡 ‘못잊어’, 진주YMCA 청소년합창단이 ‘선생 김봉두’ 수록곡 ‘내 어린날의 학교’, 연합 합창으로 ‘아리랑’ 등을 선보인다.

공연 예매는 선착순 좌석제로 진행되며, 무료로 예매할 수 있다. 오는 26일 오후 6시까지 온라인(forms.gle/9hoUJwkaCeaAbkAr6)에서 예매할 수 있다.



◇걷기 행사·사진전 등 ‘풍성’=이외에도 형평공모전 수상작 전시, 형평투어 등 풍성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우선 ㈔진주문화사랑모임이 24일부터 28일까지 진주시청 1층 로비에서 진주 초·중·고등학생 ‘형평공모전’ 수상작을 전시한다. ‘형평공모전’은 학생들에게 올바른 지역사 이해와 더불어 진주정신 계승과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고자 진행된 공모전으로, 형평 운문·상상화·사진·감상문 등 부문 입상작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이 바라보는 형평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이어 26일부터 7월 1일까지 경상국립대박물관이 진주시 가좌동 경상국립대박물관 본관에서 형평운동 100주년 기념 특별전 ‘역사 증언의 무대, 진주의 옛 극장’을 개최한다. 진주극장의 설립 과정과 변천사, 관련 자료 등을 망라할 예정이다.

27일에는 진주시 여성가족과가 다문화 여성 결혼 이민자 30여 명을 지역 역사 여행 ‘형평 투어’를 진행한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형평운동 기념지를 비롯해 주요 문화 관광지를 둘러보며 지역사를 되새긴다.

같은 날 오전 11시 30분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걷기 헬스워킹’이 시작된다. 진주시장애인체육회가 준비한 행사로, 진주종합경기장 야외공연장 일대에서 어울림 걷기 활동을 비롯해 장애인 인식 개선과 형평운동 홍보·체험 활동 등이 전개된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 사진=극단현장

◇형평주간 주요 행사

19일~30일 박건우 형평 그림전 ‘형평운동, 100년의 기억’
현장에이라운드(예술중심현장 1층)

22일~23일 각 오후 2시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
진주성 야외공연장(진주박물관 앞)

24일~28일 형평운동과 소년운동 문화 행사(형평공모전 작품 전시)
진주시청 1층 로비

24일~30일 어린이 인권 관련 도서 전시
진주시립도서관 5곳

25일 오후 5시 30분 진주 100주년 형평 기념식
진주남강야외무대(경남문예회관 앞)

26일~7월 1일 특별전 ‘역사 증언의 무대, 진주의 옛 극장’
경상국립대박물관

27일 오전 10시 우리 지역 역사 여행 ‘형평 투어’
형평운동 기념지 외 주요 문화관광지

27일 오전 11시 30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헬스워킹
진주종합경기장 야외공연장 일대

28일 오후 7시 특별 초청 강연(배융호 한국환경건축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경상국립대 100주년기념관 아트홀

29일 오전 9시 30분 형평운동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
경상국립대박물관 대강당

29일 오후 2시 어린이 인권 관련 영화 상영
진주시립도서관 5곳

29일 오후 5시 청소년이 꿈꾸는 평등한 세상! 형평음악회!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 사진=극단현장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 사진=극단현장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 사진=극단현장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 사진=극단현장
형평공모전 상상화 대상작 원선우 作 ‘100년의 형평 모두의 마음에 물들다’
박건우 作 ‘형평운동 기념탑’.
박건우 作 ‘강상호 선생’.
연암도서관 상영작 ‘스탠리의 도시락’.
어린이전문도서관 상영작 ‘행복까지 30일’.
서부도서관 상영작 ‘원더’.
‘청소년, 형평 음악회’ 포스터.
진주YMCA 청소년합창단. 사진=진주YMCA
형평운동 기념 특강. 사진=형평운동기념사업회
형평운동 기념지 탐방. 사진=형평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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