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꼬치구이 관광
[경일춘추]꼬치구이 관광
  • 경남일보
  • 승인 2023.04.2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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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대 마산대학교 교수
김홍대 마산대학교 교수

 

중국 치박(淄博)은 고대 제나라의 수도였다, 청대 괴기소설 ‘요재지이’를 쓴 저자인 포송령의 생가가 있고 축구(蹴鞠)의 발원지이다. 현재는 석유화학 건축재료를 생산하는 공업도시로 인구는 450만명이다.

요즘 꼬치구이 열풍이 치박시를 강타하고 있다. 전국에서 꼬치구이를 먹기 위해 지난 한 달 동안 치박시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500만 명 이상이다. 꼬치구이 관광 전용 열차가 운행되고, 지방정부 간부들도 열차에 올라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에서 꼬치구이 하면 신강(新疆) 위그루족의 두툼한 양꼬치를 제일로 친다. 치박시는 꼬치구이로 유명한 지역은 아니다. 근자에 치박이 전국적으로 꼬치구이로 여행지로 인기몰이하게 된 것은 대학생들의 구전과 소셜미디어인 ‘틱톡’과 ‘위쳇’의 힘 덕분이다. 꼬치구이로 유명해진 사연은 코로나 대유행기에 정부가 대학생들을 분산 격리했을 때, 다른 지역에서 온 8000명의 대학생들을 받아들인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시 정부는 학생들 부모님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격리가 끝나면 학생들이 즐겨 먹는 꼬치구이를 실컷 먹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격리 해제 후 학생들이 실제 꼬치구이를 맛보게 되자, 학생들은 감동했고, ‘다음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들은 코로나가 지나가고 봄이 왔을 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치박시를 방문, 이곳 시민들이 베풀었던 온정에 대한 미담을 온라인으로 퍼뜨렸다. 대학생들이 치박시의 꼬치구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자, 이 도시는 인플루언서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그들은 치박시를 “태어나서 한 번 가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다”라며 홍보하고 있다.

과연 꼬치구이의 위력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시 정부는 규모가 꽤 큰 꼬치구이 센터를 짓고 있다. 오는 5월 1일은 노동절이며, 중국에서는 5일간의 황금연휴다. 이 기간에 많은 관광객이 치박시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경 남역에서 이날 출발하는 기차표는 1분만에 매진됐다.

대형 놀이기구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유명 관광지는 관광객 유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치박시와 같이 진심에서 우러나는 정이 전하는 수면 위의 잔잔한 파도는 조용하게 바닷가를 적셔나가면서 그 안에 숨겨진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빙산이 작고 미미하게 보이지만, 물속에는 더 큰 얼음이 숨어 있듯이 대학생들이 일으킨 꼬치구이의 인기몰이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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