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경남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은 역사적 책무
[여성칼럼]경남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은 역사적 책무
  • 경남일보
  • 승인 2023.04.2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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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아무것도 필요 없다. 12살 이전으로 돌려다오!” 오래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가 일본영사관 앞 집회에서 하셨던 말이다. 모든 폭력 피해자들은 폭력이 발생하기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그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일본에게 외친다.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고, 자신들의 만행을 인정하라고.

‘일본군 위안부’로 증언하셨던 분 중 경남지역에 생존해 계신 분은 한 분뿐이다. 이제 할머니들은 세상을 떠나고 있기에 우리는 그녀들이 받지 못했던 사과와 진실규명을 위해서 기억해 나가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건립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 4월 5일, 경남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대책위원회에서 경남도가 진행하고 있는 역사관 건립 타당성 용역에 대한 우려의 기자회견을 진행한 직후, 경남도는 경제적 타당성의 이유로 역사관 건립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2013년부터 경남지역 ‘위안부’ 운동단체 중심으로 역사관 건립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통영에 사시던 김복득 할머니가 자신이 모은 돈 2000만원을 내놓으시며 역사관 건립을 말씀하셨고, 이제 유언이 되었다. 경남도에서는 김두관 전 지사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고, 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2019년 경남지역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추진위원회가 결성되었다. 지난 2020년 김경수 전 지사가 역사관 건립을 공식화하면서 도립으로 추진됐다. 지방자치단체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장이 바뀌며 역사관 건립은 난항을 겪어 왔다.

경남도가 실시한 연구용역보고서에는 미래 세대에 대한 교육적 효과와 여성인권, 평등, 평화의 가치 실현을 위한 인문, 사회학적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인문, 사회적 타당성은 충분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이유는 ‘위안부’ 역사관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밝혀 일본 정부의 진정한 참회와 사죄를 촉구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의 흔적을 남겨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아울러 후세들에게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데 그 목적을 두기 때문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남도는 역사관 건립에 있어서 경제적 타당성이 낮다는 연구용역 결과 내용만 부각시키며 건립 계획을 무산시켰다.

역사관이나 박물관은 경제적 타당성보다 인문사회학적 효과를 고려해 건립하는 것이 상식이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 위안부’로 가장 많이 끌려간 곳으로 추정되는 경남이다. 그래서 역사관은 더욱 절실하다.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진상규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억을 이어가는 시공간이 필요하다. 일본이 한사코 작은 평화의 소녀상을 없애려는 이유는 기억을 이어가는 공간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피해자들의 증언으로 사실을 입증해왔던 ‘위안부’운동은 더 먼 미래를 바라보며 나아가야 한다. 모든 폭력 가해자들은 망각을 조장한다. 일본은 모든 피해 당사자들이 죽어서 없어지면 우리가 망각하고 협력적인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윤석열 정부 또한 같은 입장인 모양이다. 성폭력은 해석의 투쟁이다. 피해자의 증언을 남기고 또 다시 같은 피해가 없도록 기억을 이어가야 한다. 일본은 한결같이 뻔뻔하게 대응하며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는 대응을 하고 있다. 이에 맞서 우리는 기억하는 사람들을 또 생겨나게 하고 또 생겨나게 해야 한다. 우리의 기억은 힘이 있다. 역사관 건립으로 미래 세대에 기억을 전승하여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고 진상규명을 통해 평화와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민족의 역사적 책무이다.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맞서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은 물론이고 역사교육을 통해서 기억의 연대에 함께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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