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34)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34)
  • 경남일보
  • 승인 2023.04.27 13:3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84)김만중문학상 받은 김유섭의 통절한 시 해석(1)
김유섭 시인은 얼마전 ‘이상 오감도 해석’(Book 속길)을 발간해 국내 시문학 연구자들에게 충격파를 던진 바 있는 시인이다. 그는 남해 출신으로 시부문 김만중문학상을 받은 바 있는, 혜성처럼 나타난 시인이다. 앞으로 한국시단은 한 영특한 연구가의 연구 결과를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 같다. 그는 ‘김만중문학상’을 받은 사람으로서의 이름값을 하고 있어 보인다.

이번 나온 저서는 ‘한국 현대시 해석’으로 부제는 ‘시에 나타난 시대 인식과 세계관의 흐름’이다. ‘시대 인식’임을 강조한다. 시에서 시대 역사주의로 접근하는 경우의 해석이다. 시는 다의성이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양성은 시를 바라보는 확장성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필자 또한 ‘맛보기 이론’으로 다양성을 강조해 온 사람의 하나이다. 다만 시는 그 시가 가지는 창작적 진실은 있기 마련이다. 다양성은 그 창작적 진실까지를 뛰어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를 갖게 된다.

이 저서에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혼’, ‘왕십리’ 3편,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2편. 한용운의 ‘님의 침묵’, ‘알수 없어요’, ‘나룻배와 행인’, ‘복종’ 4편, 김수영의 ‘풀’, 이상의 ‘오감도’ 등이 대상으로 되어 있다. 하나같이 명시로 자리잡은 시편들이다. 눈을 바짝 뜨고 바라보자.(긴장의 순간이다)

‘진달래꽃’에 대한 해석이다. 주요 부분 요약해 볼까 한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진달래꽃’ 전문)

김소월의 대표작인 이 시는 사랑의 이별가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지난 100년 동안 사랑의 이별시로 해석되어 왔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의 슬픔을 체념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라 하고 산화공덕과 애이불비를 나타냄으로써 자기희생, 순종 등 유교적 휴머니즘이 있다고 했다. 또 소박 맞은 여인의 이별시로도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그 어디에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드러내는 진술이 없다.

제목 진달래꽃은 두견화다. 중국 초나라 임금 망제가 위나라에 망한 후 도망쳐 복위를 꿈꾸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었고 그 넋이 두견새가 되었다. 그 한이 서린 피가 땅에 떨어져 뿌리에 스며들어 붉게 물들었다는 설화를 가졌다. 따라서 진달래꽃이 나라 잃고 억울하게 죽은 한으로 울면서 토한 피가 뿌리로 잎으로 스며들어 핀 망국의 피 맺힌 한을 상징하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소월이 시 제목을 진달래꽃으로 한 이유가 화자인 내가 나라 잃은 망국의 한으로 피를 토하고 우는 조선민족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데 있다. 진달래꽃을 표제작으로 한 것은 그만큼 자신의 시집을 대표하는 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제국주의 일본 식민지배 시대에 진달래꽃이 두견화를 의미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는 나라 잃은 망국의 한으로 피를 토하고 우는 조선민족인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그냥 보내드린다는 것이다. 즉 친일파는 망국의 한 자체를 역겨워 한다는 것이다. ‘고이 보내는’은 역설이요 조롱이다. 또한 꽃을 뿌려 준다는 것도 격렬한 저주요 분노요 경고라는 것이다.

진달래꽃 발표 연대를 보자. 1922년이다. 그때는 조선 총독으로 온 사이토 마코토가 조선민족 분열정책을 펴던 시기라는 점에 유의하자는 것이다. 친일파와 항일파로 갈라치기 하는 그 분열의 정책을 주목하자는 것이다. 시인 이상(李箱)은 이보다 12년이나 뒤에 발표된 ‘오감도’(1934)에서 이 점을 어찌 상징적으로 다루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이제부터 소월과 이상을 예술혼에 빠져 있었다고 생각하지 말자!(이 부분은 필자의 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민수호 2023-04-29 10:08:20
잘 일었습니다. 경남 일보 구독 자입니다(산청 금서민수호)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