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올핸 유독 봄이 후딱 지나갔다. 꽃들이 이구동성 만화방창으로 피어나는 기후변화의 탄력도 급진적이다. 기후변화는 심각할 정도로 우리 피부에 와닿고 있다. 아까시 꽃이 피고 있지만 산불 걱정은 여전하다.
산불 통계에 의하면 입산자 실화 34%, 논 밭두렁 소각 14%, 쓰레기 소각 13%, 담뱃불 실화 5%, 성묘객 실화 3%, 어린이 불장난 1%, 건축물 화재 5%, 기타 25% 등 사람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산불이 전체의 70%에 달한다. 다시 말해 교육과 계도로 산불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거다. 2012년 산불발생건수는 197건 72ha에서 2019년 653건 3255ha로 17년 지나는 사이 발생건수는 약 4배, 발생면적은 최대 45배가 늘었다.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가 있다. 찬란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애타게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을 절절하게 느끼게 하는데, 산불로 숲이 불타고 까만 재만 남게 되면 정말 그 숲에 오는 봄은 빼앗긴 들의 봄일 것이다. 더 이상 그런 봄은 기다리지 못할 것이다. 그의 시구절을 바꿔 읊어본다.“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불을 내었느냐 누가 불을 내었느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햇살은 나리는데 산은 까맣게 불타/ 내 마음도 불타…” 산에 불이 나고 희망이 없어지면 우리의 마음에도 희망이 없어지게 된다. 과거 1, 2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시행해 산림이 녹화되는데 걸린 시간이 30년이다. 실제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겠지만, 이렇게 불탄 산림이 다시 녹화돼 숲으로 돌아가는 데는 100년이 더 걸린다. 우리의 작은 실수와 실화로 사라진 숲을 돌려놓는데 인간으로 치면 3대가 걸린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실화를 줄이는 것이 우리 숲의 자원과 환경, 자연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농산촌에 정주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그래도 논밭두렁 태우기 등 나뭇가지를 태우는 일은 부지불식간에 벌어진다. 그로부터 벌어지는 실화를 막는 뿌리 교육, 찾아가는 현장 교육이 실질적으로 필요하다. 실화를 막는 적극적 행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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