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농산촌 마을주민들의 산불교육 집중해야
[경일포럼]농산촌 마을주민들의 산불교육 집중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23.05.0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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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올핸 유독 봄이 후딱 지나갔다. 꽃들이 이구동성 만화방창으로 피어나는 기후변화의 탄력도 급진적이다. 기후변화는 심각할 정도로 우리 피부에 와닿고 있다. 아까시 꽃이 피고 있지만 산불 걱정은 여전하다.

산불 통계에 의하면 입산자 실화 34%, 논 밭두렁 소각 14%, 쓰레기 소각 13%, 담뱃불 실화 5%, 성묘객 실화 3%, 어린이 불장난 1%, 건축물 화재 5%, 기타 25% 등 사람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산불이 전체의 70%에 달한다. 다시 말해 교육과 계도로 산불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거다. 2012년 산불발생건수는 197건 72ha에서 2019년 653건 3255ha로 17년 지나는 사이 발생건수는 약 4배, 발생면적은 최대 45배가 늘었다.

산불의 영향은 생태학적으로 탈산림화, 생물다양성 감소,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토양 영양물질 소실, 홍수피해 증가, 국지기상의 변화, 산성비와 대기오염 증가,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나타난다. 경제적으로는 목재, 가축, 임산물 소득 손실, 산림의 환경기능 손실, 국립공원의 파괴, 식품생산과 물 공급으로 비용증가, 산업교란, 수송 교란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사회적으로는 관광객 감소, 산업교란, 대기 중 연무 농도에 따라 피부 및 호흡기 계통의 영향 등 암, 만성질환의 증가가 나타난다. 이처럼 산불은 그동안 애써 가꿔온 숲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고 숲을 정주 공간으로 사는 농산촌 주민들의 삶의 터를 앗아간다. 우리는 산불이 실화로 발생한다는 확률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산불 기간을 정해 관리하고 각종 매체를 통해 홍보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노력에 더해 농산촌 주민들의 산불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해 실화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선 지자체마다 산불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전문인을 육성해 교육해야 한다. 전국적인 매체만 활용해서는 실질적인 실화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풀뿌리 교육을 강화해 더 효과적인 산불예방교육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적어도 교육받은 농산촌 어르신들은 실화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간과했을 수 있는 산불예방교육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양간지풍 탓만 할 때가 아니다.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가 있다. 찬란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애타게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을 절절하게 느끼게 하는데, 산불로 숲이 불타고 까만 재만 남게 되면 정말 그 숲에 오는 봄은 빼앗긴 들의 봄일 것이다. 더 이상 그런 봄은 기다리지 못할 것이다. 그의 시구절을 바꿔 읊어본다.“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불을 내었느냐 누가 불을 내었느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햇살은 나리는데 산은 까맣게 불타/ 내 마음도 불타…” 산에 불이 나고 희망이 없어지면 우리의 마음에도 희망이 없어지게 된다. 과거 1, 2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시행해 산림이 녹화되는데 걸린 시간이 30년이다. 실제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겠지만, 이렇게 불탄 산림이 다시 녹화돼 숲으로 돌아가는 데는 100년이 더 걸린다. 우리의 작은 실수와 실화로 사라진 숲을 돌려놓는데 인간으로 치면 3대가 걸린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실화를 줄이는 것이 우리 숲의 자원과 환경, 자연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농산촌에 정주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그래도 논밭두렁 태우기 등 나뭇가지를 태우는 일은 부지불식간에 벌어진다. 그로부터 벌어지는 실화를 막는 뿌리 교육, 찾아가는 현장 교육이 실질적으로 필요하다. 실화를 막는 적극적 행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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