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비치는 장면, 그 너머의 이야기 ‘찰칵’
눈에 비치는 장면, 그 너머의 이야기 ‘찰칵’
  • 백지영
  • 승인 2023.05.01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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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서 석상·대나무 소재 사진전
박형호 초대전 ‘대숲’…온갤러리
심점복 ‘마중’展…루시다갤러리

이 땅에 뿌리 내린 우직한 존재들을 보며 사진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헤아려 보는 전시들이 진주에서 열리고 있다.
 

박형호 作. 사진=박형호 작가


◇박형호 초대전 ‘대숲’=바람에 하염없이 흔들리는 대나무숲을 내려다보며 그 생명이 품고 있는 감정을 앵글에 맞춘 전시가 1일 막을 올렸다.

중견 사진가 박형호는 오는 30일까지 진주 집현면 온갤러리에서 초대전 ‘대숲’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14번째 개인전으로, 그가 수년간 촬영해 온 대나무를 주제로 한 사진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겉에서 보이는 외부의 형상을 그대로 담아내기보다는 사물의 내면으로 들어가 느껴져 오는 감정들을 표현하는 데 집중한 작품들이다.

작가는 “저들도 생명이 있을진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또 어떤 피치 못할 가슴시림이 있는 것인지 공감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궁금증은 나의 발길을 수시로 대숲에 데려다 놨다”고 작업 의도를 밝혔다.

전시에서는 대나무가 주는 강직함과 부드럽고 섬세한 감정들을 마주할 수 있다.

“살고 있는 주변에는 유독 많은 대나무 숲이 있고 수시로 그들의 대화를 엿들어 보려 도둑고양이처럼 대숲을 드나들었다. 어느 날 어린 대나무 줄기에 맺혀진 물방울이 그의 눈물인 양 나의 마음에 스며들었고 그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기 시작했다. 바람에 흔들리면 같이 흔들려 보고 새까맣게 타서 병들어 쓰러지는 것을 보면 마음 아파하기도 했다.(…) 눈에 보이는 형상보다 깊은 심연의 울림으로 주고받는 이야기를 담으려 했으며 그렇게 마음을 읽은 사진들을 세상 밖으로 내어놓기 시작했다.”(작가 노트)

진주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박형호 지역의 경계를 넘어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사진가로, 그간 13번의 개인전과 3권의 사진집을 발간한 바 있다.

 

심점복 作.


◇심점복 개인 사진전 ‘마중’=진주 루시다갤러리에서는 신라 예술이 응축된 왕릉의 석상에서 그 시대 석공들의 모습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진주 망경동 루시다갤러리 1관에서 열리는 심점복 개인 사진전 ‘마중’展이 그것. 신라시대를 상징하는 왕릉에 매료돼 촬영한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무인석 돌 사자상을 만들어 낸 석공들의 뒷이야기를 상상해 보면, 지금의 기술에 결코 뒤지지 않는 신라 석공들의 섬세한 손놀림에 감동하게 된다. 사진 속 석상 너머로, 신라 예술 빚어냈던 석공들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새벽 여명이 시작되는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거칠고 투박해 보이는 돌덩이, 거인 형상의 서양인 석인석에 주목한다.

“새벽 아침 동쪽은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만큼 화려한 빛들이 죽음으로부터 생명의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나의 두 눈을 멀게 할 빛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저 이 빛이 오랫동안 머물면서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을 뿐이다. 어둠이 찾아오는 밤이면 왕이 누워 있는 머리 위 북쪽으로는 커다란 북극성이 주변을 비추며 수많은 별은 고단했던 신라 석공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하다. 왕이 주인이 아닌 신라를 탄생하게 만든 그들의 숨결을 조심스레 들여다본다.”(작가 노트)

한편 심점복 작가는 지난 2013년 첫 전시 ‘오름’을 시작으로, 6번째 전시인 이번 ‘마중’ 展까지 묵묵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사진가다.
전시는 27일까지. 10일·24일 휴관.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심점복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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