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한국국제대학교, 이대로 둘 것인가
[경일시론]한국국제대학교, 이대로 둘 것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23.05.0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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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변옥윤 논설위원


캠퍼스의 5월은 푸르고 싱그럽다. 활기가 넘친다. 꿈과 희망이 있다. 젊음의 함성으로 가득하다. 축제가 열리고 동아리모임으로 분주하다. 그곳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지금 우리지역 경상국립대학교를 비롯 각 대학의 캠퍼스는 5월의 신록을 만끽하려는 젊음의 낭만이 넘쳐나고 있다. 이 계절에 경상국립대는 지역사회와 학생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플랜을 발표했다. 국가의 동력이 되는 희망찬 비전이다. 세계 50대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밝혔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자구를 넘어 긍지를 느낄 수 있을 만큼 희망차다.

그러나 같은 지역 한국국제대학교의 현실은 이와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최근 한 언론사가 다녀간 뒤 밝혀진 이 대학의 현실은 2018년에 멈춰 박제된 적막함, 그 자체라고 보도했다. 학문의 심장인 도서관은 불이 꺼진지 오래고 학생기숙사, 식당도 문을 닫았다고 한다. 운동장 체육시설은 녹슬고, 축제도, 동아리도, 학생회도 없다는 암울한 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계절의 봄, 신록이 찾아와 아무렇게 자란 나무만 울창할 뿐, 활기찬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어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는 것. 교수들도 하나 둘 캠퍼스를 떠나 겨우 40여명만 학사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 한 때 수천명의 학생들이 꿈을 키워 왔으나 올해 신입생이 겨우 27명에 불과해 이 대학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밀린 인건비만 100억원에 달하고 공과금도 제때에 못내는 실정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대학이 된 것이다. 꿈과 희망이 사라진 것이다.

한국국제대학의 부실화는 지난 2018년 교육부가 실시한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학교관계자는 말한다. 최하위 등급을 받아 교육부 지원금과 장학금이 끊겨 학생모집에 차질을 빚으면서 재정난이 심화됐다는 것. 이후 자금유입과 대학인수자를 물색하는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재생의 기미가 안보이자 교직원들이 학교를 떠나기 시작,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경쟁에서 뒤쳐진 오늘날 사립대학의 민낯을 국제대학교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는 이런 사립대학이 수십개나 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더 이상 재단측에만 책임을 묻고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학생들의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사학의 부실화에는 정부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시학은 정부의 지원이 없이는 운영이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방치할 경우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의 감소와 겹쳐 제2, 제3의 국제대학과 같은 대학이 양산될 것이다. 자체적으로 사학을 운영할 수 있는 수익재산은 명목상으로만 존재할 뿐 재정적 자립을 위한 보탬은 안된다는 것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근원적 대책마련으로 사학이 경쟁력을 갖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만시지탄의 염도 없지않다.

한국국제대학은 국가나 LH 등 공공기관이 적극 나서 인수 또는 임대해 특수교육기관으로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해결책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방위산업과 원자력, 우주항공, 첨단 지식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산업현장 맞춤형으로 교육해 인력난을 해결, 지속가능한 산학연의 유기적 체제를 갖춘 특수교육기관으로의 변신은 설득력이 있다. 경남이 그런 산업의 중심에 있고 국가의 핵심과제로 떠올라 시의에 맞는다.

무엇보다 더 이상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빼앗아선 안된다. 국제대학의 쇠태는 지역사회에도 책임이 있다. 지금이라도 대책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걸림돌이 되는 법적문제가 있다면 풀고 입법이 필요하면 국회가 나설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지자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돕는데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대학엔 꿈과 희망으로 젊음의 함성이 넘쳐나야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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