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오월에 생각하는 삶
[경일춘추]오월에 생각하는 삶
  • 경남일보
  • 승인 2023.05.0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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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순 뜻있는 도서출판 대표
이지순 뜻있는 도서출판 대표

 

오월엔 연두가 초록이 되고 나무도 산도 짙어진다. 풀들도 언덕과 구릉을 타고 흐른다. 고향이 강원도 산골인 필자에게 풀은 먹을 수 있는 것과 못 먹는 풀로 분류 된다. 가난한 어린 시절이라 풀이름과 아름다움에 대해선 기억할만한 여유는 없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통통하게 물이 오른 찔레순을 벗겨 입에 물면 달큼하고 아삭하니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참꽃은 수도 없이 따먹었다. 삐삐 싱아 같은 것을 비롯, 이름도 기억에 없는 풀을 먹었다. 여름이면 풀이 지천이었다. 비름도 참비름만 먹고 깻잎만 먹었지 콩잎은 소에게 양보했다.

경상도 신랑을 만나 첫 데이트 때 찔레순을 꺾어 먹어보라고 줬더니, 놀란 눈으로 나를 보며 “이걸 사람이 어떻게 먹냐”고 했던 기억이 난다. 찔레순의 참맛을 아는 이가 그리 흔할까.

오월 들자, 이팝나무가 꽃을 하얗게 피우고 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몰려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화창한 날에 문득 ‘좋은 삶 이란 어떤 삶일까’라는 물음이 생겼다.

현대인들은 이미 무시무시한 경쟁 속에서 살고 있다.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의 삶은 드물고 각자도생, 생존전략만 난무한다.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있고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경제위기, 불평등, 양극화, 핵무기 위협, 기후 위기 등은 날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경제학자 강수돌 교수는 최근 저서 ‘부디, 제발’에서 이러한 전 지구적 위기의 원인으로 무한 증식만 해 온 자본주의 시스템을 지적했다. 더 늦기 전에 인간 삶에 대한 존중과 나눔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보이는 가치(돈)보다 보이지 않는 가치(삶)를 봐야 ‘좋은 삶’ 이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여기에 보통 사람들도 인문학적 소양에 관심을 갖고 철학적인 삶을 살면 좋겠다고 ‘좋은 삶’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그동안 인간의 삶을 손 쓸 수 없이 망쳐왔다. 모든 가치가 돈인 세상은 좋은 세상이 아니다.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것은 다소 손해를 입더라도 기꺼이 타인을 돕고 연대하는 모습들이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먼데서 누가 울면 결국엔 나도 울게 돼있다. 주변 사람들이 기뻐할 때 나도 행복해진다. “아무도 부유해지려 하지 않으면 모두가 부유해 질 것이며, 모두가 가난해지려 하면 아무도 가난해지지 않는다”고 한 사회운동가 피터모린(Peter Maurin 1877-1949)의 말을 다시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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