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추억의 역도, 삼세번의 희망
[기고]추억의 역도, 삼세번의 희망
  • 경남일보
  • 승인 2023.05.0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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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덕 진주시 일반성면장
역도는 ‘역기’로 우리에게 더 친숙한 운동이다. 학창 시절 폼나는 몸을 만든답시고 ‘아령’을 몸에 붙여 놓고 살던 시절이 있었다. 아침저녁에 아령을 손에 쥐고 팔을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했었다. 담장 너머로 친구와 눈이 마주칠 때면 서로 알통을 자랑하듯 팔을 굽혀 보이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아령을 가방에 넣어 다니다 선생님에게 걸리면 “그런 것은 집에서 해도 돼”라는 충고를 들은 추억도 있다. 어렵던 시절이라 몸이 자산이고 몸이라도 튼튼히 하겠다는 그 당시의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린 마음에 한껏 물오른 알통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시는 아니였을까? 당시의 아령은 역도 대용으로 쓴 작은 역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바쁜 일상에 쫓겨 ‘아령 역도’는 옅어져 갔고 TV스포츠 행사를 통해서만 우리는 겨우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던 역도가 진주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2023년 아시아 역도선수권대회가 오늘 개막해 5월 13일까지 진주에서 열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대회를 유치한 국내 도시가 서울, 부산, 전주, 평택 정도이니, 진주로서는 이번 국제행사 유치는 대단한 일이다. 시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 일본에 유학했던 서상천이 1926년 우리나라에 처음 역도를 들여온 이후로 진주에서 국제적인 행사가 열리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아 역도의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역도는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스포츠다. 무거운 짐(돌)을 들어 올리는 힘자랑 같은 경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1800년경 생겼다. 역도가 오늘날의 운동으로 자리 잡은 것은 독일의 ‘구츠무츠’와 ‘얀’의 덤벨운동에서 부터였다. 그러면 기본적인 힘겨루기의 하나인 역도의 최초 모습은 어땠을까? 역도는 처음에는 체급 없이 체조의 한 분야로 ‘두 손으로 들기, 한 손으로 들기’ 2가지로 겨뤄오다가 1928년 올림픽에서 ‘두 손으로 들기’ 한 종목으로 통합됐다. 옛날 서양에서는 ‘송아지가 큰 소로 클 때까지 매일 어깨에 짊어지고 걷는 훈련’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무거운 돌 오래 들기’가 훈련이었다. 우리나라는 1958년에 아시아역도연맹에 가입했다. 아시아 역도 선수권은 남자대회가 1971년부터, 여자대회는 1988년부터 시작돼 매년 열려왔다.

역도경기장는 4×4m의 정사각형 운명적인 공간인 무대에서 벌어진다. 이 무대를 ‘경기대’라고 부른다. 경기장에 도착한 관람객은 공연을 보는 것처럼 무대 앞을 바라보는 구조다. 가능한 무대 가까이 앉아야 선수들의 숨소리, 울럭거리는 근육까지 느낄 수 있다. 선수들은 경기중에 이 무대를 벗어날 수 없다. 한 발이라도 나가면 실격이다. 3명의 심판관은 현미경 같은 눈을 번뜩거리고 선수들 앞에 앉아있다. 실패·반칙에는 엄중한 빨간 버튼을, 성공하면 초록 버튼을 울린다.

선수들은 대기실에서 나와 관중에 인사하고, 손에 탄마가루를 묻힌다. 기합 소리를 지르며 정신집중을 하기도 한다. 역기 앞에 서서 쉼호흡을 한다. 긴장감이 흐른다. 선수나 관람객 모두 같이 긴장하는 순간이다. 순간 더 조용한 정적이 흐른다. 결심한 듯 바벨을 잡고 “으랏차차”, 선수들의 5분짜리 드라마가 시작된다. 인상, 용상 각각 3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세계기록에 근접한다면 보너스로 1회 기회를 더 준다. 인상과 용상을 합쳐 순위가 나온다. 목표 무게는 도전할 때마다 올라간다. 인상 성적이 부족하면 용상 성적을 더 끌어 올려야 한다. 선수들의 도전이 성공할 때마다 관람석에서도 환호성이 터져나올 것이다. 단순하게 보이는 경기이지만 도전을 응원하고 희망을 얻어가는게 역도경기다. 열흘간 열리는 진주의 첫번째 국제 스포츠대회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에 진주사람이라면 한번 나가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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