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원가를 전전하는 안쓰런 도내 초등학생
[사설]학원가를 전전하는 안쓰런 도내 초등학생
  • 경남일보
  • 승인 2023.05.0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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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경남지부가 도내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1090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 19일~28일까지 ‘2023 경남 초등학생 생활조사’ 설문조사를 했다. 도내 초등학생 고학년의 절반 이상이 하루에 학원을 2개 이상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에 1명 정도는 하루에 4개 이상의 학원을 다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창 뛰어다니고 놀아야 할 나이임에도 학원가를 전전하며 공부에 시달리는 도내 어린 학생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안쓰럽다.

어린 학생들이 방과 후에도 학원가를 떠돌 수밖에 없는 현실은 교육적·사회적·심리적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적 돌봄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사교육, 즉 사설 학원에 의존케 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11월 광주시의회가 광주지역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부모의 절반 이상(58.9%)이 ‘자녀가 방과 후 사설 학원에 간다’고 했고, ‘공적 돌봄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학부모는 18%에 그쳤다.

반면 학부모 만족도 조사에선 공적 돌봄(80.8점), 사설 학원(63.2점), 자녀 혼자 방과 후 시간을 보냄(42.6점) 순으로 나타났다. 공적 돌봄시설 만족도가 가장 높음에도 대다수 학부모들이 사설 학원에 자녀를 보내는 것은 공적 돌봄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상황은 경남도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또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모 등 보호자가 원해서 학원을 다닌다는 학생도 25.4%에 달했다. 4명 중에 1명은 흥미도 없이 억지로 학원을 다니는 게 과연 교육 효과가 있을 지 의문이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도 자녀를 학원에 내모는 데 한몫한다. 경제적 부담에도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학력이 뒤쳐지는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보낸다는 학부모도 상당수에 이른다.

하루에 2개 이상 학원에 보내는 현실이 학부모에게는 경제적 부담을, 자녀에게는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정부와 교육당국은 어린 자녀들이 보다 더 행복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돌봄시설 등 공적교육 시설 확충과 함께 공교육의 질적 제고가 뛰따라야 할 것이다. ‘공부가 가장 큰 고민’이라는 초등학생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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