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여기는 차의 본향 경남입니다
[기고]여기는 차의 본향 경남입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5.0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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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연 경남도의원
김구연 경남도의원


1981년 5월 25일 진주 촉석루에서 한 행사가 열렸다. 교수, 학생, 시민, 주부, 승려, 공무원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차를 마시며 차의 덕을 칭송했는데, 이것이 바로 제1회 차의날 선포식 모습이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차는 신라 선덕여왕(서기 632~646) 때부터 음용했다고 하며, 흥덕왕 3년(서기 828)에는 김대렴(金大廉)이 당나라에서 차씨를 가져와 하동 쌍계사 일원에 처음으로 심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 차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때 뿌리를 내린 쌍계사 일대의 화개차는 완전히 지리산 풍토에 적응해 현재까지 야생차로서의 명성을 떨치고 있으며, 그 후 차는 전국 각지로 전파돼 하동은 한국차의 안태 고향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고려시대에 와서 불교가 흥성하게 됨에 따라 차는 예불 의식의 중요 물품으로 다뤄지게 되었으며, 특히 귀족층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차가 민간 대중에 전파돼 차는 일상품이 되어 갔다. 이러한 사실은 설·추석 등 명절에 지내는 차례(茶禮)라는 용어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현재 술로써 헌작(獻爵)하는 차례가 원래 헌다례(獻茶禮)에서 기원하고 있음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차는 아열대성 작물인 관계로 우리나라 남해안을 중심으로 한 경남, 전남, 제주 등이 주요 산지이다. 경남은 하동 쌍계사 일원의 하동 야생차와 사천 다솔사 인근의 죽로반야차, 김해 일대의 장군차 등이 유명하며, 함양에는 조선 초 점필재 김종직이 군수로 재임하면서 백성들의 과도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성했던 관영(官營) 차밭까지 있었다고 하니 경남 차의 역사성과 정통성은 단연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현대에 들어 퇴락한 차문화를 다시 일으켜 세운 곳 역시 경남이었다. 일제강점기 사천 다솔사에서 만해 한용운 선생과 함께 항일운동에 진력하신 효당 최범술(崔凡述, 1904~1979) 선생께서 광복 후 사천, 하동, 남해, 진주, 마산 지역의 뜻 있는 여러 인사들과 함께 차로써 민족의 정신을 바로 세우자는 의미의 차회(茶會)를 결성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훗날 한국차인회로 확대 발전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듯 경남은 차가 처음으로 전래돼 토착화되고 확산된 지역이며, 근대 이후 술에 밀려 자취를 감춘 차문화를 다시 민족의 정신으로 되살린 고장이다. 따라서 경남은 우리나라 차의 본향(本鄕)과 같은 곳으로 이번 하동세계차엑스포가 개최된 것은 결코 우연의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술 마시기 좋아하는 나라는 망하고 차 마시기 좋아하는 나라는 흥한다”고 말씀하시며, 차를 통한 문화·정신적 혁신을 주창한 바 있다. 그것은 술로 인한 사회경제적 폐단을 고쳐나가면서도 차를 음용함으로써 향유할 수 있는 고품격 정신문화가 사회에 널리 확산되길 염원했던 이유가 아닐까 짐작된다.

이제 우리나라도 일상적인 음다(飮茶) 문화가 정착될 때가 되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자회의 때 각 대표들에게 차 도자기와 차가 제공되듯이 경남도의회에서도 각종 회의에 참여하는 도의원들에게 무미건조한 생수 페트병 대신 차 도자기와 차를 제공하는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남 차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차 농가의 소득향상은 물론 4일부터 하동 일원에서 개최되는 2023 하동세계차엑스포의 간접적인 홍보 효과까지 거둘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아무쪼록 오랜 기간 준비한 이번 행사가 경남의 차산업과 차문화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가 되어 차의 본향 경남의 위상이 높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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