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686세대 다선, 아름다운 용퇴할 때 됐다
[경일시론] 686세대 다선, 아름다운 용퇴할 때 됐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5.0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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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논설위원
이수기·논설위원


현 정치권 주류는 686세대(86)다. 어느 시대든 젊은 세대는 기존 권위, 질서에 저항해 왔다. 과거 젊은 세대가 구시대에 반기를 들었을 때는 독재정권 타도,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었다. 탐욕스런 정치 개혁을 위해 정치를 주도해온 686세대가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이 많다. 정치권을 비롯, 사회 각 분야의 상층부에 포진, 명실공히 지배계층 엘리트 집단으로 불러도 무방하다. 30~40대가 686을 바라보는 시각은 냉정하게 내재 가치, 효용 가치를 엄밀히 따져보기 시작했다.

1960년대 출생, 1980년대 대학생, 60대로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해 민주화운동을 주도, 도덕적 우월감을 바탕, 부정·부패·불공정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아시타비(我是他非) 즉, 나는 옳고 다른 이는 그르다는 사고로 민주화운동을 훈장 삼아 독선에 빠져 어느새 ‘정치를 망치는 꼰대’가 되어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0여 년 전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기득권을 정당화하고 반대편의 적폐시로 국민들은 ‘극복해야 할 세대’로 보고 있다. 위선, 반민주, 염치없는 기득권 세력의 교체 요구다.

당시 대학진학률 30% 때 ‘조국 근대화’의 기수로서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으나 어느 때부터 날선 분노·조롱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김영삼·김대중 정권 때는 ‘젊은 피’로, 5·6공 군사독재 때는 영웅으로 박수를 받으면서 초년병으로 민주투사로서 집권 견습을 했다. 그간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국회의원 등 고위직을 맡았다. 현재 각계각층에서 주요 요직을 차지, 영향력을 끼치면서 환갑 나이를 훌쩍 넘겼으나 무대에서 퇴장할 기미는 찾아보기 어렵다. 비리자 감싸기, 전당대회 돈 봉투, 꼼수 탈당·복당, 입법 폭주, 궤변 등을 보면 민주화의 주역을 자부하던 개혁의 아이콘과 도덕적 우월성을 가진 집단도 아님을 각인시켜줌으로써 물갈이돼야 한다.

기존 정치에 대한 환멸로 대거 정치권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정치 개혁의 기본과제임을 알려주는 국민적 바람이다. 의원 불체포 특권, 막말, 편갈이 등 정치에 끼친 피해가 너무나 크고, 독선, 위선에 넌더리를 낼 지경으로 30%가 넘는 무당층 지지가 늘면서 제3지대 대안 말도 나온다. 유연, 실용적인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들만이 정의로운 세력이라는 개념으로 부패, 탐욕을 성토했지만 내로남불로 명경지수 같은 도덕성을 기대한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독선적, 이념 지향적 사고로 국민을 분열시켜온 데 대한 분노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농업중심서 산업화라는 목표 완수의 국가발전을 담당했다. 80년대에 20대를 갓 넘겼으나 어느새 386(30대)-486(40대)-586(50대)를 거쳐 686세대(60대)가 됐다. 20대에 산업현장과 대학에서 군부·개발독재에 저항, 민주화를 위해 거리로 나섰지만 세대교체 대상이 됐다. 낡은 정치, 기득권 정치인에 대한 인내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여론조사도 나오고 있다. 686세대 국회의원의 특징은 “나는 정의롭다”는 정의에 대한 독점이다. 세상 어디에도 자신만이 옳은 정의는 없다. 절대 진리가 존재하지 않듯 절대 정의도 존재하지 않는다.

속담에 ‘차면 넘친다’ 같이 지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 ‘달도 차면 기운다’했다. 세상의 모든 것은 한번 번성하면 쇠퇴하기 마련이라 행운이 영원한 것이 아니다. 도도하게 흐르는 시대의 변화를 거슬릴 수 없음은 명백한 진리이나 현재도 기성세대로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어제 없는 오늘 없듯이, 국가발전에 큰 역할을 인정해주는 아량도 필요하나 자리에 구차하게 연연하지 않고 정치를 살리려면 거리낌 없이 686 다선(多選)은 이젠 후진에게 길을 열어주는 용기 있는 아름다운 용퇴(勇退)를 할 때가 됐다. 내년 4·10 22대 총선 때 686세대를 대신할 30~40대로 여야 현역의원을 대거 ‘젊은 피로 판 갈이’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간 되풀이된 용퇴에 요설(妖說)이라며 똘똘 뭉치는 카르텔 분위기지만 더이상 먹칠을 말고 명예롭게 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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