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 학제 개편, 벌써 해야 했다
[경일춘추] 학제 개편, 벌써 해야 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5.0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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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태 시인·교육학 박사
오인태 시인·교육학 박사


교육부가 학제 개편안을 불쑥 꺼냈다가 반발에 부딪쳐 기세가 한풀 꺾인 모양이다. 취학연령을 낮추면 더 일찍 경쟁체제에 들어 아이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게 가장 큰 반대 이유란다. 여전히 초중등 과정을 일련의 입시체제로 간주하고 학교의 기능을 사회화보다 선발에 있는 것으로 여기는 탓이겠다.

2007년에 낸 학위 논문에서 학제 개편을 주장했었다. 아동 발달단계를 고려해 보육과 교육을 분리하고, 초중고 교육의 급별 정체성을 분명히 해서 학교교육을 바탕부터 혁신하자는 취지였다. 현재 유치원 연령대인 만 5~6세를 초등학교에 편입해 초등학교를 개념 조작이 안 되는 전조작기와 구체물이나 구체적 상황의 경험으로는 개념적 사고가 가능한 구체적 조작기에 해당하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 묶어 6개 학년으로 편성한다. 추상적 사고와 논리적 추리가 가능한 형식적 조작기에 해당하는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3학년 등 5개 학년을 중학교로 편성한다. 고등학교는 2년으로 줄여 학제를 초(6)-중(5)-고(2)로 개편하자는 게 요지다. 이러면 어떻게 될까?

첫째, 우리 나이로 5세 이하를 보육, 6세 이상을 교육에 편입하면 보육과 교육의 구분을 명확히 해 소관 부처가 분명해진다. 보육은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가, 교육은 교육부가 맡는다.

둘째, 교육목표가 명확한 학교급별 교육과정을 편성해 운영할 수 있다. 먼저 교육대학 커리큘럼을 아동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갖춘 초등교사를 양성할 수 있게 개편한다.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5년은 입시에 얽매이지 않고 그야말로 교육 본질을 추구하는 국민보통교육과정으로 운영한다. 고등학교는 2년제로 입학부터 일반계와 전문계로 선택하게 해서 각기 진학과 진로 교육에 충실한 교육과정으로 운영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18세로 대학 1학년이다. 자연스럽게 대학생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초등에서 대학까지 수학 연한이 일 년 앞당겨져 사회진출이 그만큼 빨라진다.

셋째, 초중고 과정이 1년 단축돼 현재의 교사 인원으로도 교사 증원 효과를 거둘 수 있고, 공교육기간을 1년 줄여 절감한 재원으로 교원을 더 늘릴 수 있다. 유치원 교사를 초등에, 초등교사를 중학교에 배치하면 교원 수급에도 문제가 없다.

넷째, 역대 정부가 추진해왔던 소규모학교 통폐합도 5년제 중학교로 개편하면 농산어촌 소규모학교를 살리면서 통폐합 없이도 적정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 무턱대고 반대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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