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99]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99]
  • 경남일보
  • 승인 2023.05.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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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새기다, 되새기다
지난 이레끝(주말)은 어린이날과 이어져서 사흘 동안 이어서 쉬었습니다. 그런데 사흘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비가 내려서 바깥나들이를 가기에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지난 글에서 알려 드린 ‘나들잇벌’을 갖추어 놓고 못 입은 분도 계실 것이고 갖추어 놓았던 나들잇벌을 입고 또 신고 나가셨다가 비에 젖어 안타까웠던 분도 계시지 싶습니다.

또 모르긴 해도 집안사람들이 여럿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서로 말을 오해해서 얼굴을 붉히거나 목소리를 높인 분도 계시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흔히 ‘오해하다’ ‘곡해하다’를 써야 할 때 떠올려 쓰면 좋을 토박이말 ‘곱새기다’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남의 말이나 행동 따위를 그 본뜻과는 달리 좋지 않게 해석하거나 잘못 생각하다’라고 풀이를 한 다음 “영감의 말뜻이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은 누가 들어도 환했으나 놈들은 억지로 곱새기며 생트집을 잡고 나왔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본뜻과 다르게 잘못 생각하거나 좋지 않게 꼬아서 생각하다’라고 풀이를 한 다음 “너한테 도움이 되라고 하는 말이니까 내 말을 곱새겨 듣지는 마라”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이걸 보면 우리가 자주 쓰는 ‘오해하다’, ‘곡해하다’는 말과 비슷한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좋은 날 집안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또는 얼굴을 보지 않고 글을 주고받다가 오해 때문에 마음을 다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 “그건 오해야” 또는 “제 말을 곡해하지 마셨으면 합니다”는 말을 할 수 있겠지요. 그때 “그건 곱새김이야” 또는 “제 말을 곱새기지 마셨으면 합니다”처럼 쓴다면 글맛이나 말맛을 다르게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말이 “격언의 의미를 곱새기다” 또는 “이 책은 내용이 상당히 어려우니까 그 의미를 몇 번씩 곱새기며 읽어야 한다.”에서처럼 ‘되풀이하여 곰곰 생각하다’는 뜻도 있다는 것까지 알아 두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말과 비슷한 짜임으로 되어 있으며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시는 ‘되새기다’는 말의 뜻도 함께 알려드리겠습니다. ‘되새기다’는 세 가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음식을 자꾸 씹다’는 뜻이 있고, ‘사람이 무엇을 자꾸 골똘히 생각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리고 ‘소나 양 따위의 짐승이 먹은 것을 입으로 게워 내어 다시 씹다’는 뜻도 있습니다. 첫째 뜻으로 쓴 보기를 들자면 “밥맛이 없어 한 술 뜬 밥을 되새기기만 하다가 그만 일어서고 말았다”가 있습니다. 둘째 뜻으로 쓴 보기는 “쓰라린 과거를 되새기다” 또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가 있습니다. 셋째 뜻으로 “소가 여물을 되새기고 있었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비슷한 말에 ‘되씹다’, ‘곱씹다’가 있으니 알고 쓰시면 좋겠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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