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등굣길
[경일춘추]등굣길
  • 경남일보
  • 승인 2023.05.1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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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대 마산대학교 교수
김홍대 마산대학교 교수


우리가 생활하는 이 공간에는 참 많은 사건과 사고가 일어난다. 그중에서도, 최근 우리가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안전불감증이 초래한 사고는 부산의 등굣길 안전사고일 것이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등굣길에서 대형차에서 1.5t짜리 원통이 굴러와 어린이 한 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다른 학부모도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러한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소중함뿐만 아니라, 불의의 사고로 귀중한 생명을 잃은 어린이 가족·친구들의 슬픔을 공감하지만, 금방 지나가는 뉴스거리로 잊어버리기도 한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 10년간의 교통사고 발생에 관해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가정의 달에 어린이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고, 10만 5768건에 달하는 교통사고로 451명의 어린이가 생명을 잃었다고 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정의 달에 유독 어린이 교통사고가 자주 난다는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요 며칠, 대학으로 출근 전에 막둥이를 초등학교까지 데려다주기 위해서 한 학교 앞에 간 적이 있다. 자동차 비상등을 켜고 아이를 내리고 나서 앞을 보니, 학생들이 다니는 길가의 건물이 리모델링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건물에서 나온 폐기물을 처리작업을 하는 지게차가 오가고, 인부들이 트럭에 폐기물을 싣고 있었다. 초등학생들의 아침 등굣길임에도 불구하고 ‘안전주의’ 팻말조차 보이지 않았다. 안전 등교를 지도하시는 선생님과 학부모들만 혹시나 학생들이 다칠까 봐 분주하게 움직이며 등굣길 안전 지도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예를들면 교통 단속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은 어린이들이 다니는 좁은 통학로에 차들이 불법 주정차 돼 있기도 하고, 보도가 오다가 갑자기 끊겨서 아이들이 찻길로 다니는 위험성이 있는 곳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부주의하기 쉬운 어린이들의 안전을 보호하고 어린이들이 다니는 학교나 통학로가 더 안전하고 편리해질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디자이너 ‘패트리샤 무어’가 3년 동안 26세의 나이에 80대 노인으로 변장해 노인을 위한 혁신적인 디자인 제품을 개발해 내었듯이, 어른들도 키가 작은 어린이로 분장해 통학로를 직접 다녀보면서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안전 문제를 진단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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