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지리산 비엔날레
[경일춘추]지리산 비엔날레
  • 경남일보
  • 승인 2023.05.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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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한국조형예술원 지리산아트팜캠퍼스 학장
김성수 한국조형예술원 지리산아트팜캠퍼스 학장


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전을 말한다. 근현대 비엔날레는 원래 미술인들이 주도한 이슈 투쟁의 산물이었다. 미술이 선전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예술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다양한 예술을 시도하고 발전시키자는 것이 본래 취지였던 것이다. 한마디로 예술다운 예술을 하자는 것. 권력 지향성 미술이나 지나친 상업주의 예술이나 기존 관습, 통념에 편승한 예술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나무위키) 따라서 비엔날레는 고전미술의 흐름보다는 주로 아방가르드, 추상표현주의, 팝아트 등 세계 미술계에 떠오르는 새로운 사조들을 조명하며, 현대미술의 흐름이 주를 이룬다.

필자가 참여하는 ‘지리산 국제 환경예술제(JIIAF)’는 대지미술, 환경 설치미술 등 자연주의 지향 현대미술을 표방하며 경남 하동의 지리산 아트팜에서 출범했다. 2014년 첫 번째 기획 때였다. 불가리아 태생의 세계적인 대지미술가인 크리스토 자바체프(Christo Javacheff)에게 초대작품을 의뢰했었다. 칠성봉에서 발원한 삼화천과 횡천강을 거쳐 섬진강에서 남해로 들어가는 대규모 대지미술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평생 작업파트너이자 부인이었던 잔느 클로드의 작고 이후로는 미리 계획된 작품만 한다고 했다. 그리고 몇 년 후 84세를 일기로 지구의 전설은 우주의 별이 됐다. JIIAF 역사상 가장 안타까운 에피소드일 것이다. 마침내, 2016년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대지미술가이자 환경예술가인 크리스 드루리(Chris Drury)를 레지던시 작가로 초대하며 JIIAF의 서막을 올렸다. 매몰 직전 구출된 하동 차나무로 만든 ‘지리산 티 라인(Tea Line)’ 작품을 발표했다. 이 작품이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지면서 JIIAF는 자연주의 현대미술의 터전이 되었다. 해마다 대륙별 작가들이 초대되면서 세계적인 자연주의 현대미술 허브로서의 면모를 갖게 됐다.

이제 ‘지리산 비엔날레’ 추진에 재시동을 걸 것이다. 추진위원회 준비 중 코로나로 잠시 휴지기에 들었지만, 특화된 비엔날레를 원하는 절실한 눈초리들을 봤기 때문이다. 지리산 비엔날레만의 정체성을 제대로 특화한다면,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세계 미술 허브구축이나 일본 나오시마처럼 미술로 지역특화에 성공한 사례를 넘어서는 성과를 이룰 것이다. 지리산 비엔날레의 성공신화는 글로컬 예술교류 협력과 거버넌스의 힘에 달렸다. 시대정신을 꿰는 참신한 역량의 국제 미술기획 전문조직과 행정의 아낌없는 지원 협력은 고품질 비엔날레를 위한 시너지효과로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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