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진주의 도시브랜드
[여성칼럼]진주의 도시브랜드
  • 경남일보
  • 승인 2023.05.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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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정 진주YWCA 사무총장
 
고명정 진주YWCA 사무총장


‘문화예술과 교육의 도시, 실크의 고장’ 오랜 시간동안 진주시 앞에 의례 붙여왔던 수식어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지금 진주의 구체적인 지향과 실천을 담은 도시브랜드는 얼마든지 있다.

평생교육도시(2007년), 무장애도시(2012년)를 시작으로, 유네스코창의도시(2019년, 공예-민속예술분야), 법정문화도시(2022년 예비도시), 여성친화도시(2020), 고령친화도시(2023년 WHO고령친화도시국제네트워크)는 비교적 최근에 지정돼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유니세프에서 인정하는 아동친화도시 지정과 우리 지역의 적지 않은 비율의 청년들이 일하고 즐기며 정주하는 맞춤형 환경조성을 위한 청년친화도시를 추진 중에 있다. 그밖에도 전국 ‘10대 자전거 거점도시’는 기후위기시대 중요한 아이콘이며, 지수승산마을을 중심으로 조성된 ‘기업가정신 수도’ 또한 차별화된 브랜드이다.

그간 법정도시로 지정되었거나 비전을 선포하고 정책과 시민실천으로 이어가고 있는 영역별 도시정체성이라 할 수 있겠다. 나열한 브랜드가 시민생활과 밀도 있는 연결성이 있으며 우리 지역을 찾은 이들이 공감하는 이름 값을 하려면 형평운동, 소년운동, 농민운동과 같이 인권운동의 발상지, 진주의 역사문화 위에 오늘의 지향을 담은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가장 취약했던 이들의 아픔에 공감해 일어난 문화운동의 선각자 도시, 바로 ‘진주정신’이 대표적이다. 형평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진주는 자랑스런 유무형의 유산을 가진 도시이며 그것을 근간으로 해 다양한 가능성을 품은 도시임에 틀림 없다. 먼저 깨우친 분들의 메시지를 관련 행사로 되새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금 도시 규모와 역동, 시민 구성, 중장기 지속가능한 설계에 맞는 옷을 입기위해서 ‘진주역사관 건립’을 추진하는 등 민관협력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유네스코창의도시에 이어, 2022년 법정문화도시(예비) 선정된 진주는 “역사와 문화를 품에 안고, 미래 산업을 가꾸어 가는 창의도시”의 비전을 설정하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 사회적 포용성,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도농복합 창의도시를 위해 분위기 조성, 교류와 네트워크 강화, 추진체계 확립 등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리 지역에 5000명 이상의 외국인 주민이 함께 살고 있다. 이주민 본국의 문화를 배워 진주의 문화와 다채롭게 어우러진다면 다양한 주민들이 함께 향유하는 주민 참여형 문화도시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여기서 문화다양성이 살아있는 선제적 장치와 네트워크가 돋보이는 창의도시 모델은 시민 당사자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 낼 때 가능할 것이다.

2020년, 여성친화도시에도 이름을 올렸으니 젠더감수성과 사회적 약자의 불편한 지점에 대한 민감성이 각별한 진주시를 기대한다. 여성주의는 젠더대결이 아니며 여성친화는 여성에게 국한된 정책과 도시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여성친화도시는 우리 지역의 취약한 부분과 사람들을 살피며 불편한 지점에서 개선해나가자는 움직임을 시작하는 발걸음이다.

돌봄 노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은 줄고 있지만, 생각과는 별도로 공공영역 돌봄 서비스 체계 마련을 위해 갈 길이 멀다. 저 출생, 고령화, 다양한 형태 가족의 출현 등에 따라 사회가 책임지는 돌봄의 공공화 생태계 구축과 확대가 기본 값으로 설정되어 있는 도시를 기대한다. 아동, 청년, 고령 세대별 고른 풍요로움이 있는 도시환경을 위해서 대상별 짜임새 있는 계획과 실천, 사회서비스에 앞서 세대별 연결성과 네트워킹이 있는 통합적인 정책인가 여부가 중요할 것이다.

열흘간의 대장정,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각각의 브랜드들이 상충해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돌봄과 젠더와 기후정의를 아우르는 소통이 강물처럼 흐르는 도시를 같이 만들어가며 진주시민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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