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책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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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05.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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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대 마산대학교 교수
김홍대 마산대학교 교수


외국어 과목을 가르치다 보면 어느 해는 강의계획서대로 진행이 잘 안될 때가 있다. 이번 학기 강의는 의외로 수업 진도가 빨랐다. 아마 올해 입학한 학생들의 외국어 습득 속도가 빠르고 교수법을 바꿔서 인 것같다.

학생들과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서 한 과가 끝나면 전체를 리뷰하고, 교재에 담겨있는 대화 내용을 응용해서 새로운 대화를 만들어 보는 연습도 한다. 이번 학기 책의 핵심 내용을 학생들이 협업해 대형 마인드맵으로 그리면서 지식을 공고화한다. 교재 내용을 몸으로 체득시키기 위해서 조별 회화 테스트도 진행했지만, 수업 진도를 도저히 조절할 방법이 없었다. 이유는 올해 서울에서 의료관광 전공을 배우기 위해서 내려온 외국인 학생이 한국 학생들과 협업하면서 많은 도움을 줘서 그런 것 같다. 지금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교재도 다 배웠고, 복습도 하다 보니 이제는 전체 15과에 해당하는 회화 내용을 다 외울 정도가 됐다. 지난주에 학생들에게 교재를 공동으로 만들자고 제안하니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 올해 중으로 책이 완성되면 교재 만들기에 참여했던 학생들 이름을 공저자로 넣을 예정이다.

한때 직장인을 포함해서 책 쓰기가 붐을 일었던 적이 있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책 출판이 손쉬워졌고, 전자책으로 출판해도 좋다. 그뿐만 아니라, 출판사에서 사용하는 도서 편집 소프트웨어가 문서작성 프로그램과 같이 대중화된 탓도 있다. 원고만 있으면 맞춤형 출판이 가능해졌다.

최근 학생들과 시작한 책 집필 도전 과제는 수익을 발생시키려는 목적보다 교육 효과 측면에서 시도해 본 것이다. 혹시 책을 잘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인세가 돌아간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첫술에 배부르지 않기에 올해 중 완성이 목표다.

외국어 교재를 만드는 책쓰기를 하면 장점이 많다. 언어 이해력 향상, 작문 능력 향상, 창의적 사고 발전, 자기표현 능력 강화, 문화 이해 촉진 등 학생들이 다양한 면에서 성장·발전하는 계기가 된다. 게다가, 자기 생각과 의견을 구조화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기회가 되고, 또한 책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노력과 열정이 결실을 보는 것을 경험하게 돼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번 학기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짬짬이 학생들과 최선을 다해서 책을 계속 만들어 갈 것이다. 소소한 꿈일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에게 대학 시절 같은 반 학우들이 협력해서 뭔가를 이뤘다는 좋은 추억 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 다행히 그림을 곧잘 그리는 학생도 있어서 삽화도 그려보겠다고 하니, 올해 입학한 학생들은 정말 대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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