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주 함안 명덕고 교사, 경상국립대 교육대학원 윤리교육전공

배려에도 공정성이 필요하다. 지방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대학 입시제도에서 특혜를 받는 것이 정당한가. 미국의 정치 철학자 존 롤즈(John Rawls)는 사회 정의를 위해서는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평등한 자유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불평등이 허용될 수 있는 것은 다음 두 가지에 제한된다고 했다. 우선 최소 수혜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 중에 가장 높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어야 하고, 둘째, 그 선택이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을 때 허용될 수 있다.
그런데 현행 농어촌 전형은 공정한 제도라고 말할 수 있는가? 농어촌 전형은 상대적으로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비해 교육 환경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 학생들에게 조금 더 나은 입시 혜택을 주려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농어촌 학생들은 도시에 사는 학생들에 비해 교육 뿐만 아니라 문화적 혜택을 누릴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농어촌전형의 경우, 그 혜택을 받은 학생들이 다시 농어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토 균형 발전에 더 큰 이익을 줄 수 있다. 또한 대학 진학 시기에 생활거주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대상자를 선발할 때 부모의 소득과 가정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주소만으로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은 공정하지가 않다.
어떤 나라에서건 고등교육이 제대로 운영돼야 그 나라의 질적 도약이 담보된다.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당국이 존 롤즈가 갈파한 바와 같이 공동체 전체의 보편적인 평등한 자유원칙이 입시제도에 적용돼야 하고 사회적 약자들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있어야 한다. 가장 낮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최상으로 보장됨에도 불구하고 절대적 평등만을 작위적으로 추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공정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농어촌 전형의 취지는 좋지만, 제대로 된 공정성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불공정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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