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원도심이 살아야 진주가 산다
[기고]원도심이 살아야 진주가 산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5.2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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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석·전 경남도의회 부의장
장규석·전 경남도의회 부의장


오월 연휴, 마침 시내에 들러 필요한 물품도 사고, 예전 70~90년대 서부경남 최고의 도심에서 쌓았던 추억도 더듬을 겸 천전동에서 남강 다리를 걸어 에나몰(지하상가)로 접어들었다. 에나몰에 들자마자 눈에 띄는 것이 빈 점포다. 몇 발자국 더 걸으니 빈 점포가 연이어 있다. 곳곳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과 ‘청년 사장님을 모집합니다’, ‘점포 입찰공고’가 심심찮게 붙어 있다.

가다 말고 지하상가 원점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빈 상가가 몇 개나 될까 세어볼 요량이었다. 200m도 채 되지 않는 중앙로타리 구간에만 20개가 넘는 상가가 새 주인을 애타게 찾고 있는 것을 보고 세는 것을 멈추었다. 에나몰 구석진 곳까지 둘러본다면 족히 30여 곳은 비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발길 옮긴 김에 에나몰 옛 진주극장 출구로 나와 ‘차 없는 거리’를 둘러봤다. 아니나 다를까 에나몰 못지않게 듬성듬성 이빨 빠진 것처럼 빈 상가와 ‘임대’ 현수막이 황량함만 안겨 준다. 도심 대로변, 우체국 주변, 중앙시장 인근에도 ‘임대’를 알리는 표지판이 덕지덕지하다. 쇠락한 진주 원도심의 공동화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체감했다.

원도심 공동화 현상은 비단 진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규모 택지개발로 신시가지가 조성되면서 기존 원도심과 각종 인프라 구축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게 되고, 상권과 문화공간이 신도시로 옮겨가면서 원도심에는 휑한 찬바람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2000년대 들어 선거 때마다 원도심 재생 및 활성화사업이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으나 수박 겉핥기 접근으로 상황 개선은커녕 침체와 쇠락의 가속도는 여전했다.

지금부터라도 ‘진주 원도심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 원도심 공동화를 방치하는 것은 도시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진주의 원도심은 서부 경남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어렵고 힘든 시절 경제와 문화, 교육의 중심지로 삶의 희망과 낭만을 누렸던 향수와 추억의 고향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원도심의 활성화는 단순히 침체된 상권을 살리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동질성과 자긍심, 정체성을 회복하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진주 원도심 살리기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접근성 개선이다. 원도심 살리기 프로젝트로 그 어떤 콘텐츠를 넣든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분명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주변에 대규모 주차공간이 없으면, 원도심 활성화는 구두선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원도심 살리기의 첫 단추는 도심 대규모 주차장 겸 공원을 확보하는 일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중심가 4개 블록 중 한 블록을 통째로 매입해 주차공간과 도심 공원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주차공원 조성과 함께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콘텐츠로 공간을 꾸며야 한다.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등을 통한 공동체문화 활성화와 청년기업, 청년문화 공연 공간, 청년들의 소식을 전하는 청년방송국, 교육 프로그램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원도심 재생이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육성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진주 원도심이 옛 영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젊은이들의 꿈과 낭만, 활력이 넘쳐 흐르는 곳으로 거듭난다면, 많은 진주시민과 서부 경남 주민들은 지난날 추억과 향수를 반추하는 ‘마음의 고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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