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대지미술과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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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05.2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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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한국조형예술원 지리산아트팜캠퍼스 학장
김성수 한국조형예술원 지리산아트팜캠퍼스 학장

 

대지미술(land art, earthworks)은 지구 표면 위나 그 자체, 또는 표면 내부에 어떤 형상을 디자인해 자연경관 속에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이다. 어스워크(Earthworks)라는 용어는 1968년 로버트 스미스슨이 뉴욕 드웬 화랑에서 같은 이름의 전시를 기획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생태학적 재앙으로 파괴된 세상을 다룬 브라이언 올디스의 소설 ‘어스워크‘에서 따온 것이다. 대지미술 작품들은 주로 장소 특징적인 성격과 거대한 스케일을 보여 준다.(위키백과)

필자가 환경디자인 프로젝트의 아트디렉터로 참여한 초창기(2002~2007)의 통영국제음악제는 음악뿐만 아니라 대지·환경미술을 공공미술로 발전시킨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아직 대지·공공미술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했던 때, 통영을 알리기 위해 공을 들였었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초청된 통영국제음악제 특성상 오히려 국내보다 유럽 등 국제사회부터 알려지며 큰 반향을 불렀다. 오늘의 통영이 ‘아시아의 잘츠부르크’라 불리는 데도 바탕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종교적 편견 논란이나 건물을 천으로 감싼 작품에 대한 특정 색깔 과잉사용 논란은 과도한 간섭으로 비치기도 했다. 돌아보면 모두가 대지미술의 국내 안착을 도운 빛나는 에피소드이다.

2016년 하동 지리산아트팜에서 열린 지리산 국제 환경예술제는 영국의 세계적인 대지미술가인 크리스 드루리를 레지던시 작가로 초대해 ‘지리산 티 라인’ 작품을 발표했다. 매몰 직전 구출된 하동 차나무로 만든 이 작품이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지면서 대지미술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게 됐다. 이듬해 초대된 프랑스 작가 에릭 사마크는 하동 도로확장에서 나온 돌에 피레네산맥에서 채집한 자연소리를 입힌 ‘소리 나는 돌’을 발표했다. 해마다 이어오며 지리산아트팜은 대지미술을 비롯한 자연주의 현대예술의 허브가 됐다. 마침내 지리산 비엔날레를 위한 ‘글로컬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로컬은 ‘지역 문화성’을 뜻한다. 도시의 상대개념인 ‘시골’을 말하는 게 아니다. 맨해튼도 로컬이며, 삼화실도 로컬이다. 로컬과 로컬이 연결된 글로컬(Glocal)은 지구촌 초연결 시대를 불렀다. 비엔날레 등 글로컬 예술행사가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고유성으로 특화된 콘텐츠만이 글로컬 브랜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품격 예술행사를 위해서는 고품질 자원이 필요하다. 설익고 독선적인 지역주의를 벗고 글로컬 시대정신부터 꿰는 지혜와 거버넌스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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