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국회의원 특권부터 폐지하라
[경일시론]국회의원 특권부터 폐지하라
  • 경남일보
  • 승인 2023.05.2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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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 명예교수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뜨겁다. 올 초부터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운을 떼자 여야 정치권과 시민단체까지 가세하여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내년 총선 국회의원 정원 규모 및 지역구 획정 논의가 한창이다. 애초 의원 수를 늘리는 안까지 내놓았다가 호된 여론의 질타를 맞고 의원 수 늘리는 안은 철회한 모양이다. 지역구는 소선거구제로, 비례대표는 준연동형으로 뽑는 현 제도를 중대선거구제와 순수 비례대표제로 바꾸자는 게 핵심 내용으로 등장하고 있다. 사표(死票)를 줄이고, 국민 대표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찬반 논란과 성공 여부를 떠나 어떻게든 낙후된 정치 문화를 바꿔보자는 의도라고 하니 반갑긴 하다.

오랜만에 여야 정치권의 의기투합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다만 어차피 정치 개혁에 나선다고 하니 한마디 보태고 싶다. 선거구제 개편과 함께 국회의원 특권 폐지도 함께 추진하라는 것이다. 선거구를 어떻게 획정하고, 거기서 몇 명을 뽑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선출 방식을 바꾸면 진보, 보수 양당정치의 죽기살기식 극한 대립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의원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고 관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국회의원의 자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1대 국회만 보더라도 의원들의 실력과 도덕성은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 국정감사장에서 “논문을 제1 저자로 썼습니다. 이모와 함께…”, “기증자가 한 모씨로 나옵니다”라는 식의 황당한 질문을 해도, 대통령의 술자리 루머를 사실관계 확인 없이 터뜨리고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게 현 국회의원들이다. 50억원을 아들 퇴직금으로 받아도 풀려나는 전직 의원도 있다. 이 정도는 애교다. 3억원의 현금다발을 장롱 속에 숨겨뒀다 걸려도, 수 억원의 위안부 할머니 기부금을 횡령해도, 회삿돈을 빼돌리고 직원 월급을 미지급해도 소송을 걸고 임기 말까지 버티는 게 일상화 됐다. 친인척을 동원해 지역구에서 땅 투기를 하고, 건설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아도 배지를 포기하지 않는 철면피도 있다.

최근에는 국회의원 ‘코인 거액 투자사건’으로 온 언론이 시끄럽다. 그뿐이 아니다. 압권은 당 대표다. 많은 의혹과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느라 날을 새우면서도 대통령과 정부가 도둑이라고 맞받아 친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그 뻔뻔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모두 일반인이라면 벌써 구속됐을 것이다. 헌법이 부여한 면책과 불체포 특권 때문에 가능한 후안무치들이다. 독재 권력의 탄압에 맞서라며 ‘법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예외까지 두어가며 부여한 국회의원 특권이 이제는 개인 비리 범법자들의 방탄무기로 전락했다.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하자는 논의는 오래됐다. 20대 국회에서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친인척 보좌관 채용 금지 등 몇 가지만 손대고 유야무야 됐다. 여론 공세에 밀려 하는 척 시늉만 내다 곧바로 접었다. 특권 지키기엔 여야가 다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세금도 안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봉에다 면책 및 불체포 특권, 해외여행 경비 실비 지원 등 50여 가지 특혜가 아직도 그대로다. 정치가 이렇게 비상식적인데 국민들에게 어떻게 상식을 요구하겠는가.

최소한의 상식이라도 통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비상식을 깨지 않고 정치 개혁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땅 따먹기식 선거구제 개편보다 특권을 내려놓는 자기 개혁이 더 시급한 이유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우리나라 정치를 ‘4류 정치’라고 일갈한지가 29년 전이다. 그후 한발짝도 진전하지 못한 것이 한국 정치다. 뼈를 깎는 자성과 개혁으로 이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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