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칼럼] 창원광장 유감
[현장 칼럼] 창원광장 유감
  • 이은수
  • 승인 2023.05.2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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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수 창원총국 취재팀장


녹음이 짙어가는 신록의 계절, 초하(初夏)의 날씨에 도청 아래 창원광장으로 달렸다. 도청에서 광장을 거쳐 산단공동남본부에 이르는 한 길은 발해의 주작대로를 연상시킨다. 도교육청을 지나 KBS사거리에 멈춰 서 창원시청 앞 로터리광장을 바라 보니, 무수히 많은 차량들이 회전하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창원광장을 돌며 찍은 영상이 인기를 끌 정도로 드넓은 광장은 창원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하늘을 향해 활 시위를 당기고 있는 최윤덕 장상은 변함없이 시청 앞을 지키며 희망을 쏘아 올리고 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는 것처럼 창원의 길 중심에는 끊임없이 순환하는 창원광장이 존재한다.

하지만 풍요로운 창원의 상징인 원형광장을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심정이다.

창원지역 최초로 S-BRT구축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창원광장을 시청에 붙이는 방안이 현재 추진되고 있다. 전체 면적 1/3을 시청에 접속하게 되면 원형광장은 그 기능을 상실하며, 도청에서 시청광장 진입에도 제동이 걸린다.

창원시청 앞에 조성된 초대형 광장이자 랜드마크 창원광장은 둘레 664m, 지름 211m, 면적 3만 5097㎡로 동양 최대의 원형 광장으로 알려져 있다. 시 중심에 번영을 기원하며 태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최대 6만5000명 수용이 가능하다.

1974년 산업단지 개발계획에 따라 창원을 건설하면서 시의 중심인 중앙로(중앙대로)와 반송로-토월로(원이대로)의 교차점에 조성했다. 다만 시민 휴식장소의 기능은 2000년대 중후반 부터 상당부분 상실한 상태다. 롯데백화점 창원점과 이마트 등이 들어서면서 차량 통행량이 급증한 뒤 여기서 노는 시민들은 급감했다. 현재는 거리응원이나, 집회 등이 간간히 이곳에서 열린다. 창원광장에 운집해 ‘2002 한일월드컵’을 응원한 기억은 평생 잊을수가 없다.

창원시는 BRT를 도입하며 대대적인 개편을 진행하기로 했다. 시청 앞 도로를 없애고 보행자 전용 공간으로 전환하는 한편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사이의 대로가 접속하는 곳과 한국은행 옆 대로가 접속하는 곳 각각에 신호교차로를 만든다. 즉, 한방향 회전교차로에서 양방향 신호교차로 방식으로 바뀌는 셈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BRT 추진을 위해 창원의 명물 광장을 반드시 건드려야 하느냐는 것이다. 창원광장을 훼손하지 않고 BRT를 건설하는 솔로몬의 지혜는 없는 것일까. 예산이 수반되는 문제라고는 하나 창원의 상징 원형광장이 사라지는 문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상징물을 만드는 것 못지 않게 기존에 있는 랜드마크를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창원시는 연말 개통을 목표로 원이대로(도계광장~가음정사거리, 9.2㎞)에 BRT 공사를 하고 있다.

특히 창원광장에 대한 BRT공사는 9월께 예정돼 있는데, 시민들 사이에 원형 창원광장을 존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부상하고 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창원광장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들이 거론됐지만 원형광장을 유지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장자(莊子)에 ‘樂出虛(악출허)’라는 말이 나온다. ‘樂’은 ‘음악, 음악소리’라는 뜻이다. ‘出’은 ‘어떤 기준점을 벗어나는 행위’를 나타내며, ‘虛’는 ‘비다’라는 뜻으로 ‘樂出虛’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는 빈 곳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된다. 북소리는 북에서 나온다. 그런데 북의 중심부는 비어 있다. 북의 중심부가 무엇인가로 가득 메워져 있다면 북은 울리지 않을 것이다. 나팔도 중심부는 비어 있고, 가야금도 비파도 피리도 중심부는 비어 있다. 현대의 악기인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가운데는 비어 있다. 창원광장도 비어있는 커다란 공간 그 자체로 많은 여운을 준다. 개발시대가 저물고 있다. 도심 한복판 잔디광장은 소통의 상징이다. 형상을 유지하면서 더 좋은 활용방안을 찾아야지, 광장을 뜯고 나서 다시원상 복구하는우(愚)를 범해선 안될 것이다. 광장을 현행대로 두나, 모양을 변경하나 교통량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시에서 창원광장 공사에 앞서 원형광장 유지 여부를 시정연구원 용역을 통해 최종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하니,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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