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KF-21 개발 구도, 랜딩기어의 정족지세가 필요하다
[객원칼럼]KF-21 개발 구도, 랜딩기어의 정족지세가 필요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5.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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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돈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산학협력처장
양희돈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산학협력처장


지난 4월 6일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돼 상반기 법안 통과 및 연내 설립을 위한 시간표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또한 지난 4월 20일에는 비록 실패로 끝나기는 했으나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SpaceX의 Starship이 1000t을 실을 수 있는 천번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의 상용화 시대를 예고하였고 이달에는 누리호의 3차 발사를 통해 지난 2차 때와는 달리 모사체가 아닌 실제 위성을 우리 손으로 지구궤도에 올리게 되었다.

이렇듯 우주개발 이슈가 연일 회자되는 요즘 우주가 아닌 항공을 말하기에는 분위기상으로 다소 본류에서 벗어나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으나 전혀 그럴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여전히 산업의 규모면에서는 항공이 월등하며 우주개발의 지향점 또한 지구 대기권 내 항공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SpaceX의 Starship도 결국 화성 이주는 기술적이고 상징적인 목표일 뿐 실제 상업적인 목표는 마치 모 물류회사의 로켓배송이라는 과장된 마케팅 구호를 현실로 구현한 듯 1000t의 화물을 지구 반대편에 30분 내로 운송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주분야의 대형 이벤트를 지나 내달 초에는 항공분야에서 중요한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다. 작년 9월에 폴란드와 FA-50 48대 수출이라는 30억 달러에 달하는 항공방산 분야에서의 역대 최대규모 이행계약을 체결한 이후 올해 납품 예정인 FA-50GF 12대 중 1호기의 출고식이 내달 7일 양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게 된다. GF는 Gap Filler의 약자로 당면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초래된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 공군의 TA-50 블록2를 수출 사양으로 일부 변경하여 긴급 생산하게 된 것이다. 이후 FA-50PL로 명명된 잔여 36대는 FA-50을 기반으로 AESA 레이다 등 최고 사양의 전자장비와 무기체계를 갖추어 2025년 11월부터 공급될 예정이다.

이렇듯 FA-50의 대량 구매와 납품 과정을 통해 구축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폴란드는 현재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가 공동개발 중인 4.5세대 전투기인 KF-21의 공동개발 참여 의사를 우리측에 타진해오고 있다. 폴란드는 나토 회원국으로서 미국과 동맹관계인 우리나라와 방산분야 협력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파트너라 할 수 있다. 또한 GDP 상의 경제규모도 세계 22위로서, 16위인 인도네시아에 견줄만 한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KF-21을 폴란드에서 면허생산 하게 될 경우 지리적으로 유럽 시장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라팔과 유로파이터 타이푼으로 양분된 유럽 전투기 시장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항공기는 하나의 노즈 랜딩기어와 좌우 두개의 메인 랜딩기어로 기체를 지탱한다. 이러한 형태의 안정적인 균형을 삼국지와 같은 고전에서는 세 개의 다리가 달린 솥에 비유하여 정족지세(鼎足之勢)라 일컫는다. KF-21 항공기 기체의 균형이 그렇듯 개발의 구도 또한 그랬으면 한다. 우리나라가 조향을 맡는 앞바퀴 역할을 하고 인도네시아와 폴란드를 공동개발 파트너로 좌우 바퀴 삼아 정족지세를 이루는 것이 향후 세계시장으로의 대량 수출을 통한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인도네시아 국기와 폴란드 국기의 형상이 서로 대칭으로 균형을 이루는 것이 단지 우연일지 아니면 운명적인 필연일지 앞으로의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될 대서사의 전개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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