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교육 관련 법령의 입법취지 제대로 구현돼야
[기고]교육 관련 법령의 입법취지 제대로 구현돼야
  • 경남일보
  • 승인 2023.05.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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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민 경상국립대학교 교육대학원 윤리교육전공, 현풍고등학교 교사
 


중국의 춘추시대에 천하의 혼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공자(孔子)는 정명(正名)사상을 강조했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 하여 군주, 신하, 부모, 자식이 자신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사회 각 분야의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현상과 사물, 법령도 각각의 이름에 맞는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그 이름은 정체성을 갖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초중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은 각기 학령별 교육의 사명을 잘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입법 취지에 맞지 않게 운용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교원임용시험’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고등교육법’이 ‘초중등교육법’을 침해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이름 그대로 대학 공부를 잘 해낼 수 있을지 그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험의 취지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얼마나 잘 이수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 시험의 결과로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이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성실히 이수했다는 것을 자신의 취업증명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장래 배우자 될 사람에게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얼마나 성실히 이수했는지를 보여줄 때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지 대학에서의 수학능력만을 입증하는 자료에 국한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초중등교육법’의 입법취지에 벗어나서 그것이 곧 대학수학능력을 입증하는 자료로 활용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운 내용의 이해정도를 측정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다음으로 ‘교원임용시험’을 꼽을 수 있다. 이 시험은 ‘초중등교육법’이 ‘고등교육법’을 침해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초·중등교원은 대학교 또는 교육대학원의 교육과정을 통해서 자격을 얻게 되고, 최종적인 선발은 교원임용시험을 통해서 이루어지게 된다. 교원임용시험의 2차 과정은 수업 실연과 면접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을 관장하는 해당 시도교육청의 장학관, 장학사, 수석교사 등이 평가를 하게 된다. 이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교수들이 양성한 예비 교원을 ‘초중등교육법’을 관장하는 장학관 등이 평가하고 선발하는 것으로 관련교육법의 영역을 넘어서 타 법령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업에서 자신들의 요구조건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는 면접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서 먼저 법령의 입법취지가 올바르게 반영되도록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고등학교 학력평가시험’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한 교원임용시험의 2차 선발과정은 ‘고등교육법’을 주관하는 교수들이 관장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대신 해당 교육청은 현행 교원선발절차를 좀 더 앞당겨서 1-2개월 정도 시보제도를 신설하여 당초 측정하고자 했던 교원실무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하면 된다.

업무의 편의성만을 위해 공공조직이 작동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일은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교육의 백년대계가 성공의 가도를 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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