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순 뜻있는 도서출판 대표

쇄소응대(灑掃應對)란 어린 아이가 집안에서 해야 할 일과 바른 몸가짐에 대해 소학(小學)에서 가르치는 내용이다. 여기서 쇄소(灑掃)는 물을 뿌려 먼지를 쓸어내 청소하는 것이고 응대(應對)는 어른의 명이 있으면 잘 대답하고 따르는 뜻을 안고 있다. 그러니까 어린이들에게 공부를 잘하기에 앞서 일상에서의 행동가짐을 바르게 하자는 뜻이다. 대학(大學)은 성인의 학문과 행동 가짐을 가르치고 있다.
조선의 유학자 남명 조식 선생과 관련한 책들을 펴내면서 그의 글에서 이 ‘쇄소응대’라는 사자성어를 다시 만났다. 조식은 당대의 성리학이 이론을 중시하는 일에 몹시 못마땅해 했다. 대신 자신의 육체와 행동으로 직접 실천하는 학문을 강조했다. 당시 이황을 중심으로 ‘이기론’이니 하며 이론적 논쟁이 주류였음을 볼 때 조식의 이러한 실천 사상은 매우 개혁적이었다.
그러니까 이황은 학문 연구의 측면에서 본다면 조식의 실천 사상도 중요하지만 이론적 탐구도 매우 중요하다는 뜻을 피력한다. 명쾌한 물음에 명쾌한 답변을 내놓은 셈이다. 다만 오늘날 생각해보면. 조식의 가르침은 실천에만 있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조식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기본사상 ‘내명자경 외단자의(內明者敬 外斷者義)’는 “안으로는 마음을 밝히는 것은 경(敬)이고, 밖으로 행동을 결단하는 것은 의(義)이다”인데, 즉 이론과 실천을 동시에 행해야 한다는 당부이다. 이를 위해서는 쇄소응대, 즉 물 뿌려 비질하고 세상의 물음에 답하는 기본에 우선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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