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삼천포수협 해상급유시설 육상화 시급하다
[현장칼럼]삼천포수협 해상급유시설 육상화 시급하다
  • 문병기
  • 승인 2023.06.04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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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말이 있다. 미리 준비를 해두면 뒷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불행은 남의 일이지 나와는 무관하다 생각한다. ‘설마 나에게…’라며 애써 현실을 외면하려 한다. 불행이 닥치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해야 편하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비하지 못한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고 고통을 감내해야 하며 후회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모든 것을 잃은 뒤에야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진리도 깨닫게 된다.

최근 들어 삼천포수협 해상급유시설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어업용 면세유류 공급을 위해 설치된 시설이라지만, 자칫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기 때문이다. 삼천포수협은 유류저장부선 2기를 운영 중이며 8000드럼의 기름을 저장해 두고 있다. 삼천포구항 공유수면에 위치해 있으며, 수협 위판장과 각종 어시장이 있어 어선 및 어업인의 이동이 빈번한 곳이다. 그런데도 특별한 안전장치도 없이 지금껏 운영해 오고 있다.
이러다보니 어업인 들은 물론 지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바다에 떠 있는 해상급유시설은 ‘양날의 검’과 같다. 어업인 들에게는 더없이 필요한 시설이지만, 파손될 경우 해양오염과 어업인 들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갈수록 태풍 등 자연재해 발생은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해상사고의 위험성도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기름유출로 인한 해양오염사고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1995년 발생한 ‘씨프린스호’와 2007년 ‘허베이 스피릿호’ 사고가 대표적이다. 두 사고의 공통점은 태풍으로 배가  좌초되면서 다량의 기름이 유출됐고 인근 해안과 양식장 등이 초토화됐다. 직·간접 피해액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했으며, 정상화까진 수십 년이란 악몽같은 시간이었다.
삼천포수협의 해상급유시설도 천재지변에 의한 해상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만약 사고가 발생한다면 삼천포항은 물론이고 인근 지역도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어업인들의 삶의 터전은 한 순간에 쑥대밭이 되고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과거 수협들은 어선 편의를 위해 해상급유시설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대부분 육상시설로 이전했다. 그만큼 해양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데다 어업인 들도 해상이 아닌 육상 이전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다. 
삼천포수협도 해상급유시설의 육상화 추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현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추진 의지도 강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전 부지의 위치와 규모, 주변 입지는 물론 막대한 사업비가 발목을 잡는다. 다행인 것은 유류저장부선이 위치한 삼천포구항 동방파제가 해수부의 제3차 전국 항만기본계획에 포함돼 있다. 이 사업이 마무리된다면 현 위치를 매립해 부지를 마련할 수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해상사고위험은 줄이면서 안전하게 면세유류를 공급할 수 있는 해상급유시설의 육상화는 시대적 흐름이며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감이 떨어지길 기다릴 수 없다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항만기본계획 수립시 삼천포수협 유류저장시설 매립 예정지로 못 박을 수 있도록 수협은 물론 사천시와 경남도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듯,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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