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경남무용제 첫날]무용수 에너지 무대 장악
[2023 경남무용제 첫날]무용수 에너지 무대 장악
  • 백지영
  • 승인 2023.06.0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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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한국무용 작품 2편, 기승전결 뚜렷한 사랑이야기 · 한의 정서 묵직한 작품

지난 3일 오후 6시 20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아트센터 소극장으로 관객들이 하나둘 들어섰다. 경남무용협회가 이날부터 이틀간 이곳에서 개최하는 ‘2023 경남무용제’를 보기 위해 공연장 찾은 사람들이다. 
도내에서 만나본 경남예총 다른 분과 단위 행사들과 비교해 20대의 청년 비중이 상대적으로 많아 관객 평균 연령대가 낮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미래의 무용수를 꿈꾸는 듯,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 올려 곱창밴드로 고정한 마른 체형의 앳된 소녀들도 눈에 띄었다.

경연 첫날인 이날은 수도권 무용팀의 초청 공연으로 시작해 도내 무용단 2곳의 경연이 치러졌다. 대중들이 ‘춤 경연’이라고 하면 손쉽게 떠올릴 법한 TV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처럼 많은 출연팀이 몇 분 단위로 무대에 올라 춤을 추는 형식과는 전혀 다른 형태다.
경연 팀별로 여러 장으로 구성된 30분가량 깊이감 있게 선보이는 구성으로, 이날은 도내 무용단 2곳이 창작 한국무용을 각 1편씩 무대에 올렸다.
경연에 앞서 초청 공연에 나선 ‘C2dance Company’의 ‘You Are Not Alone(너는 혼자가 아니야)’은 무대에 오른 남성 무용수들의 힘이 느껴지는 2인무였다. 10명 안팎이 무대에 서는 이후 경연들과 비교하면 출연진 규모는 작았지만, 무대 위 여백이 눈에 들어오기보다는 오히려 꽉 찬 느낌을 자아냈다. 팝송에 맞춰 따로 또 같이 상호 작용하는 무용수들은 공연의 유일한 소품인 대형 탁자의 위, 아래, 주변을 가르며 몸짓의 향연을 펼쳤다.

최선희 가야무용단 '가야지무' 한 장면.

이어진 첫 경연은 최선희 가야무용단의 ‘가야지무’는 한국의 향기가 물씬 느껴지는 영상으로 시작했다. 역사의 향기가 물씬 묻어나는 쓸쓸한 곡조를 바탕으로 한복을 입고 등장한 무용수들은 옷자락 휘날리는 것부터 부채를 펼치는 것까지 고아함 그 자체였다.
춤 선생님에게 사랑에 빠진 소녀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 뚜렷한 기승전결과 서사로 무용‘극’이라는 단어에 걸맞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남녀 주인공과 단체 군무에 나서는 7명의 무희는 안무가 진행될수록 점차 역동적으로 변모한다. 휘날리는 치맛자락에서 우아한 한 송이 꽃을 연상케 하던 무용수들은 점차 곡의 박자와 함께 분위기가 고조되며 나비의 날갯짓을 넘어, 보는 것만으로 숨 가쁜 환희의 춤에 나선다.
첫 경연이 끝나고 다음 작품을 위해 무대를 정리하는 막간의 시간, 객석에 앉은 200여 명 중 상당수가 안내 책자를 펼치고 작품 설명을 읽는 모습에서 진지함이 묻어났다.

김현정무용단 '김덕구' 한 장면.
김현정무용단 '김덕구' 한 장면.

두 번째 경연 작품인 김현정무용단의 ‘金德九 김덕구’는 앞 작품과는 정반대의 결의 지닌 작품이었다. 

캄캄한 무대 왼편으로 길게 드리운 빛과 피어오르는 연기. 염불이라도 외는 듯 묵직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를 배경음 삼아 걷고 기며 시계바늘처럼 도는 한 명의 무용수 곁에서 다른 무용수들이 군무를 시작했다. 
낮은 조도로 무용수 표정을 읽기 어려운 무대는 오로지 그들의 몸짓에만 시선을 집중시켰다. 한이 서린 목소리에 박자를 맞춰가며 독무에 나선 무용수의 모습에서 장엄함이 느껴졌다. 
작품명인 아버지, 김덕구가 입었을 법한 외투를 앞뒤로 뒤집어 입은 무용수 곁으로 종을 흔들며 허리를 굽힌 채 들어오는 봇짐장수. 그 너머로 성큼성큼 걸어온 7명의 무용수가 허리춤에 양손을 고정하고 선보이는 군무가 인상적이었다. 음울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곡의 영향일까, 작품은 우아한 팔랑거림보다는 처절한 갈구의 몸부림으로 다가왔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작품이 마무리되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함께 간헐적인 환호가 터져 나왔다.
경연을 보기 위해 밀양에서 창원을 찾은 이순화(53) 씨는 “세련된 군무에 스토리도 지루하지 않아 임팩트 있는 경연이었다”며 “가슴에 호소하는 듯한 무용수들 몸짓이 정말 감동적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춤의 길을 걷는 제자들이 경남에서 가장 큰 무용 행사를 보며 ‘나도 저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설렘을 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솔해 온 김윤미(50·양산)씨 역시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 씨는 “역시 ‘무대는 솔직하다’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춤을 추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감동은 같다. 무용수들이 전달하는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되니, 객석에서도 그러한 작품들에 더 큰 박수를 보내게 됐다”고 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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