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정치인과 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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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06.0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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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복 진주교대 명예교수
송희복 진주교대 명예교수


이 글의 주제는 ‘소인의 영토와 수혜’에 관해서다. 논어의 ‘이인(里仁)편’에 보면 이런 어록이 있다. 공자가 이르기를, 군자는 덕(德)에 마음을 품고, 소인은 토(土)에 마음을 두고, 군자가 형(刑)에 마음을 품지만, 소인은 혜(惠)에 마음을 둔다고 했다. 공자는 덕과 형을 긍정적인 덕목으로, 토와 혜를 부정적인 악의 고리로 보았던 것이다. 군자는 유교적인 이상적 인간상이다. 군자는 도덕성과 공익과 이타성의 가치를 중시한다. 그는 늘 자신이 잘못되어 엄히 단죄될까를 우려한다. 반면에 소인은 부도덕함과 사익과 자리(自利)의 여지(영토)와, 자신이 잘못되어도 반성하지 않고 빠져나갈 구멍(수혜)만을 궁리한다. 소인이 영토와 수혜에 마음을 둔다는 공자의 소인관은 매우 적절하게 공명되는 설명 방식이다.

군자와 소인은 사회의 어떤 분야에서도 공존한다. 성과 속을 가리지 않고, 종교계에서도, 연예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종교지도자 중에서도 여신도의 몸을 탐하는 속물이 있고, 세칭 딴따라니 뭐니 해도, 이 중에서도 오드리 헵번이나 이주일처럼 헌신적인 분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군자와 소인이라는 양분 가치가 극명하게 잘 드러나는 분야는 정치계와 교수 사회라고, 나는 본다.

지금 정치계는 내년의 국회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석수 확보라는 영토 전쟁에 돌입했다. 선거법을 고치려고 하는 데 있어서, 국리민복보다는 자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의석수 계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국회의원을 과거에 ‘선량’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선량한 자, 군자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자기 모르는 사이에 초심을 잃고, 이를테면 속악한 자, 즉 소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이해에 따라 모였다가 헤어진다. 이 모임의 가상공간이 토(土)다. 초선 모임인 ‘처럼회’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 편향의 법조인 3대 사조직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불체포동의안, 돈 봉투, 코인 암거래 등이 문제가 되었다. 이러저러한 예를 통해 법의 그물로부터 적당히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들을 보고, 정치인들의 혜(惠)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소인이 영토와 수혜에, 대학교수가 ‘똘마니’와 돈 욕심을 마음에 품는 것은 흔하고도, 흔하다. 나는 대학 사회의 최대 고질이 ‘자기 사람 심기’의 불공정한 인사라고 본다. 교수가 천년만년 교수를 할 것도 아닌데, 똘마니를 뽑음으로써 자기 영토를 확장하려 한다. 될 사람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이 버젓이 등장하는 걸 보면, 숨을 탁 막히게 할뿐더러, 세상의 희망 없음이 앞을 가로막는다. 비록 자신이 똘마니라고 해도 훗날에 훌륭한 교수를 공정하게 뽑으면, 그는 군자다. 그러나 똘마니가 성장하면 또 똘마니를 뽑는 게 현실이다. 공자도 이런 악순환을 예감했을 거다. 이상과 같이 말한 똘마니가 토(土)라면, 제사보다 젯밥, 연구보다 연구비에 마음이 쏠려 있고, 돈이 제자들의 계좌로 들어갔다가 환수되고, 카드깡이 예사로 사용되는 등, 그 돈을 비상식적으로 운용하는 교수의 돈 욕심은 바로 혜(惠)다. 연구비 수혜 할 때의 그 혜 말이다.

군자는 어떠한 일에 마주칠 때, 꼭 해야 하는 것도 없고, 반드시 말아야 할 것도 없다. 오로지 의로움의 여부에 따라서, 행함이나 행하지 않음을 선택해야 한다. 정약용은 ‘시중(時中)의 의로움’을 강조한 바 있었다. 내 생각으론, 시중이 수시(隨時)와 처중(處中)이 아닌가 한다. 군자도 시속의 형편을 따르지만, 치우치지 않게 처신해야 한다. 소인배가 의롭지 않음을 알고 행하는 것보다, 의롭지 않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사실이 더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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