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마음도 이럴 때가 있어야 하는 거라
소나기 한줄금 지나가시고
삽 한자루 둘러메고 물꼬 보러 나가듯이
백로 듬성듬성 앉은 논에 나가 물꼬 트듯이
요렇게 툭 터놓을 때가 있어야 하는 거라
물꼬를 타놓아 개구리밥 섞여 흐르는 논물같이
아랫배미로 흘러야지
속에 켜켜이 쟁이고 살다보면
자꾸 벌레나 끼고 썩기나 하지
툭 타놓아서 보기 좋고 물소리도 듣기 좋게
윗배미 지나 아랫배미로
논물이 흘러 내려가듯이
요렇게 툭 타놓을 때도 있어야 하는 거라
통영문학상운영위원장
마음도 이럴 때가 있어야 하는 거라
소나기 한줄금 지나가시고
삽 한자루 둘러메고 물꼬 보러 나가듯이
백로 듬성듬성 앉은 논에 나가 물꼬 트듯이
요렇게 툭 터놓을 때가 있어야 하는 거라
물꼬를 타놓아 개구리밥 섞여 흐르는 논물같이
속에 켜켜이 쟁이고 살다보면
자꾸 벌레나 끼고 썩기나 하지
툭 타놓아서 보기 좋고 물소리도 듣기 좋게
윗배미 지나 아랫배미로
논물이 흘러 내려가듯이
요렇게 툭 타놓을 때도 있어야 하는 거라
여름 한낮 평상에 엎드려 있으면 비 냄새가 날 때가 있어요. 사선으로 부는 바람에서 묻어오는 비에는 낭만적이고 몽환적인 특유의 냄새가 있거든요. 쨍한 하늘을 가르고 갑자기 내리는 비는 천둥 번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죠. 그렇게 벼락같이 내리다가 한꺼번에 그치면 바닷가 반대편 마을을 걸쳐 무지개가 떠요. 이상하고 아름다운 날들을 그렇게 건너왔죠. 그런 속에 살다가 사람 속으로 들어오니 낯설고 힘든 시간이 많았어요. 문제를 직면하기보다 두려움에 회피하려고 했어요. 시인의 ‘소나기 지나가시고’는 완전, 공감해요.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 때, 괜히 눈치 보이고 옹졸해져서 소심하게 고개만 끄덕였던 내가 보여서 그런가 봐요. 그때 시인의 시를 읽었으면 좀 더 용기가 생겼을 텐데요. 한차례 소나기 지나면 논에 물꼬를 트는 것처럼 마음 툭 터놓는 연습을 했더라면 이리 마음 다치며 살지 않았을 것을요. 윗배미 지나 아랫배미로 흘러가는 논물처럼 마음에 맺힌 것들 다 흘려보내고 거리낌 없이 살자 다지는 날입니다. 이렇게 인생에 위로를 주는 시가 있어요. 세상에 시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문득 여름, 고요한 한낮, 소나기 지나실 때 마음도 따라 지나시게 물꼬를 터주는 건 어떨까 해요.
통영문학상운영위원장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