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에서 가상의 결혼식을? 이색 전시회
개막식에서 가상의 결혼식을? 이색 전시회
  • 백지영
  • 승인 2023.08.02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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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희 6번째 개인전 ‘박물관에서 만나는 민화’
진주 남가람박물관서 20일까지…5일 개막행사
결혼식과 전시 개막식, 언뜻 보면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행사를 버무린 독특한 전시 개막 행사가 진주의 한 민화 전시회에서 마련돼 눈길을 끈다.
진주 남가람박물관은 지난 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박물관에서 만나는 민화’ 전시와 민화 체험 행사를 개최한다.

박물관이 국비를 받아 진행한 ‘2023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의 마지막 순서인 ‘전통의 미, 민화’ 강좌와 연계한 전시다.

강론을 맡은 곽경희 자수정민화연구소장의 6번째 개인전이기도 하다.

곽 소장은 한국민화진흥협회 진주지부장과 팔만대장경 전국예술대전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민화가로, 지난해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지낸 바 있다.

그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개인전은 창작 민화와 전통 민화 등 20점의 작품으로 꾸며져, 우리 민화의 전통성과 창작성을 두루 섭렵할 수 있다.

진주 호랑이를 둘러싼 까치 떼. 무언가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 방향을 바라보는 토끼 2마리. 보라색을 비롯해 알록달록한 색을 품은 자수정 주변에 흐드러진 하얀 꽃 무리….

계묘년 토끼해를 맞아 토끼를 그린 작품을 비롯해 재앙을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를 품은 호랑이 작품, 작가의 호인 자수정 등 보석을 담은 창작물 등을 만날 수 있다.

임금의 용상 뒤로 일월오봉도를 배치한 포토존(사진 명소)도 마련했으며, 교육 행사를 통해서 참여자들이 직접 민화로 부채를 그리는 체험도 진행된다.

이번 전시가 여타 민화전과 가장 차별화되는 요소는 오는 5일 오후 2시 박물관 제3전시실에서 열리는 개막 행사다.

미혼의 작가가 개막 행사에서 자신이 그린 작품 속 가상의 신랑과 결혼하는 가상의 결혼식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민화에 헌신한 작가가 민화와 결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박물관에 이를 제안했고, 주최 측인 박물관 역시 미술과 해프닝을 융합한 뜻깊은 개막식을 흔쾌히 수락했다.

하얀 한지에 덮여 전시장 한편에 걸려있는 미공개 작품에 가상의 ‘신랑’이 그려져 있는데, 이를 개막행사에서 공개하고 함께 결혼하는 연출이다.

곽 소장은 “보통 개막식에 축하공연을 하는데, 이번에는 축하 밴드의 노래와 함께 저 역시 노래를 부른다”며 “일반인과 비슷한 노래 실력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직접 사랑의 의미가 담긴 ‘축가’를 부르고 싶어 노래방에서 열심히 연습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신부’가 된 곽 소장이 축가를 부르고 나가면, 그를 흠모한다는 설정의 가면을 쓴 카메오가 나서 관중에게 웃음을 전할 예정이다.

개막 행사를 찾은 ‘하객’에게는 작가가 직접 그린 민화방구부채를 ‘답례품’으로 선물할 계획이다.

이성석 남가람박물관장은 “작가가 관람객에게 드리는 폭염 대비책으로, 예술이 인간을 위한 행위임을 입증할 뿐만 아니라 K팝의 전형이 될 수 있는 전통 회화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평했다.

한편 이번 전시와 병행하는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민화 강좌는 오는 4일과 9일 각 오후 10시, 모두 2회차를 남겨둔 상태로 강좌 당일 현장 접수를 통해 수강할 수 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진주 내동면 남가람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곽경희 자수정민화연구소장 6번째 개인전 ‘박물관에서 만나는 민화’ 전시장 모습. 가운데 하얀 한지로 덮인 작품은 오는 5일 개막 행사에서 진행되는 가상의 결혼식 이벤트에서 공개 예정인 민화로, 곽 소장이 그린 가상의 신랑이 담겨 있다. 사진=남가람박물관
진주 내동면 남가람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곽경희 자수정민화연구소장의 6번째 개인전 ‘박물관에서 만나는 민화’ 전시 장면. 사진=남가람박물관
곽경희 자수정민화연구소장의 6번째 개인전 ‘박물관에서 만나는 민화’ 전시 중 일월오봉도와 용상이 있는 사진 명소. 사진=남가람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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