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우리집 뒷산
[경일춘추]우리집 뒷산
  • 경남일보
  • 승인 2024.05.12 1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효재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전시해설사
이효재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전시해설사


저는 창원에서 나고 자라 고교 2학년 때 성악을 진로로 선택해 수도권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이후 이탈리아 로마에서 10년간 유학했습니다. 유년 시절 저는 꽃과 식물을 특별히 좋아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항상 집 앞마당에는 50여 가지가 넘는 식물이 가득했죠. 또한 매일 아침 국민학교(5학년 때 초등학교로 명칭 변경) 등교하기 전 매일 아침 일과는 항상 아버지와 집 뒷산에 함께 올라가는 것이었어요.

아버지는 그곳에서 온갖 식물들의 이름을 알려주셨죠. 그 모습은 마치 인류 역사 속에 나오는 그 어떤 위대한 지식인들보다 더 높고 커 보였지요. 그렇게 하나씩 전해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에 드는 나무가 있었는데 그것은 단연 소나무였습니다.

등산로 어느 곳에나 있었지만 사시사철 바뀌지 않는 그 모습이 어린 나의 눈에는 굳건해 보였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저는 사춘기 시절을 지나며 아침에 하던 아버지와의 등산보다는 부족한 잠을 설쳐가며 학업에 쫓기는 고등학생이 돼 있었습니다. 진로를 성악으로 선택했지만, 수능 공부를 등한시할 수 없었기에 아버지와 한번 산에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후 대학생이 되고 군복무를 마치고서야 아버지와 다시 산행을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하산하던 중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이라는 유명한 글귀가 떠올랐어요. 그런데 내려올 때 내게 보인 것은 나무들과 꽃이 아니라 아버지의 뒷모습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 꽃보다 아름다우셨지만, 지금은 많이 작아지신 모습이었습니다.

이제는 저보다 키가 작아지시고 직장에서도 퇴직하신 아버지와 하산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입니다. 동시에 ‘그간 나도 참 아버지와 대화가 없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여쭤보았습니다. “아버지, 저 꽃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역시나 명쾌한 대답이 바로 돌아왔습니다. 신이 나셔서 다른 꽃도 설명해 주시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순간부터 좋아했던 소나무는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고,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더욱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논어에는 ‘군자는 가슴에 꽃을 달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 말에 대한 타당한 전후 맥락이 있겠지만 저는 부모님 가슴에 꽃을 몇 번이고 달아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작은 꽃 한 다발을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