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나다움을 지켜낸,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
[시민기자]‘나다움을 지켜낸,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24.06.2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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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워커 作 ‘손을 꼭 잡고 이혼하는 중입니다’
요즘 드라마를 봐도, 예능 프로를 봐도, 이혼을 소재로 한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2023년 한 해 동안 19만 3657건의 혼인 신고가 이루어졌고, 9만 2394건의 이혼 신고가 이루어졌는데요. 위 수치만 봐도 부부의 절반은 헤어진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니구나 싶기도 합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께 이혼을 소재로 한 책 ‘손을 꼭 잡고 이혼하는 중입니다’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 책은 브런치 스토리에 연재된 글을 엮어 만든 책인데요. 2022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독자가 읽은 브런치 북에 선정됐습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미디어에서 통상 보아온 파국과 싸움이 휘몰아치는 그런 이혼이 아닌, 여전히 사랑하는 두 사람의 따뜻한 이별 과정을 담겨 있는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는 동안 해피엔딩을 바라기도 하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며,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했습니다.

이 책은 하와이 하늘처럼 파랗고, 벚꽃이 떨어지는 화사한 봄날에 남편의 세 번째 외도를 마주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무려 세 번째 그의 바람. 그것도 남편 첫사랑과의 세 번째 바람입니다. 진작에 헤어졌어야 하는데, 미련하게 끊어내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용서를 비는 남편의 말에, 또 흔들리는 자신에 대해 원망하는 작가. 한 달간의 유예기간을 가진 후, 결국 이혼을 결심하게 됩니다.

사실 이혼을 결심하고 나서 얼굴조차 보지 않고 사는 부부가 많은데요. 이 부부는 이혼을 결심하고도 평소 일상을 그대로 이어갑니다. 여전히 주말에는 손을 잡고 근처 맛집을 찾아가 데이트를 했고,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함께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심지어 이혼서류를 제출하러 가는 날조차도 부부는 손을 꼭 잡고 법원에 다녀옵니다. 이혼을 하고 나서도 구한 집의 이사 시점까지 전 남편과 2개월간 하우스메이트로 살기까지 하는데요. 작가는 서로를 배신해선 안 된다는 의무감에서 해방되니, 오히려 참 편해졌다고 느끼며, 심지어 어떤 때는 이대로 동거하는 친구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으려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별을 하는 날, 여전히 사랑하는 두 사람의 눈에 눈물이 고이고 결국 울음을 참지 못해 말을 잇지 못하는 전 남편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헤어지게 됩니다. 남은 위자료를 보내며 전 남편과의 마지막 통화가 끊어졌을 땐 작가 역시 목놓아 펑펑 울게 되는데 제 눈에도 눈물이 끝없이 흘러내렸습니다.

작가는 혼자가 된 후, 적막함과 쓸쓸함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며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오히려 꽤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내게 언제든 돌아갈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 누리는 자유에서 온 거였다”

가족을 위한 일들에 둘러싸여 사는 저 역시 혼자만의 시간이 없어 불평했었는데, 그건 언제든 돌아갈 가족이 있기 때문이었다는 작가의 말에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혼 후 작가는 모든 것을 혼자 해내야 했습니다. 밤늦게까지 혼자 블라인드를 달기도 하고, 밤중에 쌓아둔 책들이 우르르 무너지는 소리에 누군가 침입한 것 아닌가 하는 공포 속에 밤을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혼자 생활에 적응을 해 나갑니다. 일에 더 몰두하여 업무상 성과도 있었고, 와인 모임에 나가며 다양한 친구들도 사귀기도 했고, 글을 쓰며 작가의 꿈도 꾸기 시작한 것인데요. 무엇보다 이혼의 상처가 많이 옅어졌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스스로를 가장 아끼고 믿어주며 나답게 살아가고자 노력한 작가. 설령 그것이 본인을 덜 행복하게 하고 힘들게 할지라도 본인답게 살고자 노력한 작가를 보며, 나는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지 나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이혼을 자극적인 소재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아름답게 나다움을 지키며 이별할 수 있었다는 것과 혼자만의 삶 또한 충분히 설레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 이 책을 여러분들께도 추천해 드립니다.

유수연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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