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채영 마루문학 발행인
52년 전통의 문예지 ‘문학사상’이 폐간했다, 세상이 시끄러울 줄 알았는데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소리를 내는 이들이 아무도 없다. 이때의 질문 하나, 문학은 과연 누구의 전유물인가?
생태계에서 침묵은 공허를 의미한다. 이렇듯 무심한 고요는 문학의 인연. 그 네트워크 문학계 안의 문학권력을 넘어 사회 생태계의 한 종이 소멸하는 것을 암시한다. 고개를 돌려 다른 생태계를 바라볼라치면 열광하고 화려하고 시끄럽고 뜨겁다. 하지만 시집과 문예지를 독자들은 자꾸 외면한다, 세상이 바뀌었다.
시집 1000권을 출판하려면 적어도 오륙백은 든다. 잘 안 나가는 책은 출판단지에 보관료도 솔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르신의 시집을 ISBN 코드가 등재된 장착 시집으로 내어 주셨으니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난한 책 발행은 숱한 밤의 노고를 먹고 자란다. 누군가의 과로와 누군가의 몇 대박의 코피 쏟음이 필요한 노작이다. 그보다 나이 구순의 노인이 살아온 삶 가운데의 사유는 어찌 값어치를 논하겠는가. 다시금 이런 대화가 살아 숨 쉬는 사회를 꿈꾼다. “오늘 내가 한 턱 낼께, 그래 밥 함 살께 차 한 번 살게”보다 “시집 한 권과 문예지 한 권 내가 살게”가 대화 가운데 자연스럽게 나오는 세상. 구순 노인의 시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애를 쓰는 환경이라면 언젠가는 문학사상 복간의 소식을 듣는 기쁜 날도 오지 않을까. 비록 폐간을 무덤덤하게 넘겼을지라도 복간은 기뻐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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