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마주한 전쟁의 참상
안녕하세요. 저희는 이번 꿈키움 교실 활성화를 위한 사제동행 문화탐방의 ‘중학생 편’ 안내를 맡은 합천 대병중학교 2학년 조은서(왼쪽), 이윤아입니다. 반갑습니다.
앞선 고등학교 언니·오빠들이 다녀온 일본 탐방기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재경 언니만큼 잘 설명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하지만 저희 둘이서 최선을 다해 이번 여정을 소개해 보도록 할게요. 열심히 할테니 예쁘게 봐주세용. 우선 저희 탐방단 소개를 먼저 해 드려야겠네요. 이번 여행에는 저희들이 다니는 합천 대병중학교를 포함해 진주여자중학교, 산청 단성중학교, 하동 진교중학교, 하동 중앙중학교, 사천여자중학교, 진해여자중학교 등 총 7개 학교의 인솔 선생님과 학생 21명이 참여했습니다. 인솔 단장은 김해 삼문고등학교 서행련 교장선생님이 맡으셨고요. 부단장 선생님은 문태석 사천교육지원청 장학사님 동행해 주셨습니다. 촉석초등학교 유동안 보건선생님도 함께 하셨습니다. 자 그럼 저희들의 3박4일 일본 여행기를 시작해 볼게요. 출발합니다.
◇ 날아라 비행기…처음 밟은 일본 땅에 ‘두근두근’
(은서·윤아) 김해공항 국제선 출국장은 처음 와봐요. 천장도 높고 사람도 엄청 많네요. 두근두근. 저희들이 일본을 가다니…. 근데 너무 티내면 촌스럽겠죠? 나대는 가슴을 좀 진정시키고 안전벨트를 꽉 채웁니다. 비행기가 떠요. 꺄~. 저희들은 지금 일본으로 갑니다. 대한민국아, 잘 지내고 있으렴.ㅎㅎ.
(윤아) 비행기 창문 밖으로 콩알만해진 건물이 어느새 사라지더니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를 날아요. 그러다가 금새 구름 위로 올라왔네요.
(은서) 그렇게 한참을 날았나 싶더니 다시 콩알만한 건물들이 보여요. 저기가 일본이네요. 와~. 건물이랑 집들이 예뻐요. 도로 위 차들은 왼쪽으로 다니네요. 신기 신기.
(윤아) 근데 일본이 생각보다 가깝네요. 40분 정도 날아오니 어느새 일본. 자! 처음 밟아보는 일본 땅. 반갑다, 일본아~.
(은서) 후쿠오카 공항도 사람이 엄청 많아요. 오가는 사람들의 국적도 다양하고요. 진짜 해외에 나온 기분이네요. 얼른 입국 수속하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집니다.
문화탐방 일행들은 별 탈 없이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간단한 인원 체크 뒤 버스 한 대에 탄 일행은 첫 목적지인 일본 사가현의 가라쓰시(市)에 위치한 나고야 성 박물관으로 향했다.
(윤아) 여기가 사가현립 나고야성 박물관입니다. 가이드 선생님 설명을 들어보니 이곳은 16세기 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할 때 거점지로 쌓은 성이라고 해요. 처음에는 ‘자기들의 침략전쟁을 기념하기 위해 이 박물관을 만들었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은서) 맞아요. 이 박물관은 도요토미의 출병을 잘못된 침략전쟁이라고 규정하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일본과 한국의 교류역사를 주제로 각종 전시물들을 전시하고 있더라고요.
(윤아) 실제로 박물과 입구에는 제주 돌하르방이 서 있었고요. 박물관 안에도 백제 금관이나 반가사유상 같은 우리나라 문화제(복제품이라고 하네요)가 전시돼 있었어요.
(은서) 그뿐만이 아니에요. 고려시대 불화도 있었고요. 거북선 모형과 당시 조선 수군의 무기들도 전시가 돼 있었어요.
(은서·윤아) 일본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이 조금 멋져보이기까지 했답니다. 근데 왜 일본인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같은 비교적 최근 일들은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는 걸까요? 일본 사람들은 듣던대로 참 이중적인거 같아요.
학생들은 일본의 한 작은 박물관을 가득 채운 우리나라 유물과 문화재를 둘러보며 신기해 했다. 이국 땅에서 만난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적잖이 새로웠나보다. 1시간 정도 관람을 끝낸 탐방단은 숙소로 향했다. 일본에서의 첫 식사와 잠자리가 준비된 호텔에 도착한 학생들은 서둘러 짐을 풀고 다소 이른 저녁을 먹었다. 이후는 자유시간. 처음보는 사이라 다소 어색했던 아이들은 식사자리에서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며 차츰 친해져갔다. 여기저기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이렇게 일본에서의 첫 일정이 마무리됐다. 은서와 윤아도 긴장했던 탓인지 첫날 여정을 조금 일찍 마무리하고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 일본의 중심에 떨어진 원자폭탄…그리고 남은 상처들
(은서·윤아) 일본에서 맞는 첫 아침입니다. 아침부터 새들이 어찌나 울어대는지요. 졸린 눈을 비비며 호텔조식을 먹고 이틀 차 여정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나가사키 원폭 자료관부터 방문할 거에요. 책에서만 봤던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곳을 갑니다. 벌써부터 긴장되네요. 그후에는 영화로도 잘 알려진 군함도, 쿤칸지마도 가 볼 예정입니다.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라서 날씨가 좋아야만 갈 수 있다고 하네요. 부디 바람이 많이 불지 않기를. 자! 오늘의 여정 떠나볼까요?
이튿날의 첫 일정은 나가사키시(市) 원폭 평화기념공원이다 이곳에는 원폭 자료관과 한국인 위령비도 있어 이번 탐방에 역사적 의미를 더해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폭탄’, ‘전쟁’, ‘희생자’, ‘위령비’ 같은 단어가 나오자 아직은 나이 어린 중학생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가시고 약간의 묘한 긴장감마저 버스 안에 감돌았다. 어쨌든 세계 제2차 대전을 종식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 도시에서 학생들은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은서) 버스를 꽤 오래 탔어요. 호텔에서 2시간은 족히 떠나온 것 같네요.
(윤아) 일본의 햇빛은 장난이 아니네요. 평화공원에 도착했는데 사람도 엄청 많은데다 또 엄청나게 큰 동상을 보니 뭔가 좀 압도당하는 느낌이랄까요.
(은서) 가이드님의 설명을 듣자하니 이 곳은 제2차 세계대전 중 1945년 8월 원자폭탄이 떨어진 나가사키시 중심에 조성한 공원이라고 하더라고요. 여기에는 또 원폭 자료관도 있고 원폭 사망자 추도 평화기념관도 있었어요. 특히 공원 한쪽에는 당시 폭탄에 파괴된 교회 건물이 있었는데 원폭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윤아) 평화 공원 중심에 있는 10m 높이의 평화상도 인상깊었어요. 동상의 오른손은 핵무기의 위험을 가리키고 왼손은 영원한 평화를 상징한다고 해요. 그리고 접힌 오른쪽 다리와 땅에 발을 디딘 다리는 명상과 구원, 미래를 각각 뜻한다네요.
(은서) 저희들은 공원 근처에 자리잡은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 위령비는 원자폭탄 투하 당시 일본으로 끌려와 강제노동에 투입됐던 조선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곳이었습니다. 당시 15만 명에 이르는 사상자 중 2만 명의 한국인이 피폭되고 1만 명이 폭사했다는 글귀가 위령비에 한글로 적혀있었어요.
(은서·윤아) 저희 탐방단 모두가 위령비 앞에 꽃을 바치고 묵념하며 옛 선조들의 넋을 기리는 동안 먹먹해진 가슴이 진정이 잘 안되더라고요. 이름도 모른채 다른 나라 땅에서 맞은 이 억울한 죽음을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까요.
(윤아) 그렇게 추모를 마친 저희들은 원폭 자료관을 둘러봤습니다. 이 자료관은 나가사키 원폭 발생 당일 상황과 이후 피해의 참상을 유해와 물건, 사진과 비디오 등의 자료와 기록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자료관은 1층에서 회색 원형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야 했는데 경사로 벽면에는 점차 과거로 향하는 연도가 쓰여 있었어요. 시간을 거슬러 참사가 일어난 때로 돌아간다는 의미인 것 같았습니다.
(은서) 경사로의 끝에는 ‘1945’라는 연도가 적혀있고 그 옆에 원폭 투하 시각인 11시 2분에 멈춰진 벽시계가 있었습니다. 전시는 다리가 휜 급수 탱크, 무너진 예배당, 원폭이 만든 엄청난 열에 녹아내린 유리병과 사람 뼈, 폐허가 된 거리 같은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은서·윤아)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를 기원하는 목소리가 이곳 자료관의 주제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가이드님의 설명을 듣자하니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임에도 자신들의 잘못은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버린 채 오로지 피해자로서의 일본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반드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하네요.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 됐습니다. 어쨌든 원폭 평화공원 탐방을 마친 저희들은 또다른 아픈 역사의 현장인 군함도를 향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후 이야기는 ‘하편’에서 전해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정리=김성찬기자 kims@gnnews.co.kr
앞선 고등학교 언니·오빠들이 다녀온 일본 탐방기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재경 언니만큼 잘 설명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하지만 저희 둘이서 최선을 다해 이번 여정을 소개해 보도록 할게요. 열심히 할테니 예쁘게 봐주세용. 우선 저희 탐방단 소개를 먼저 해 드려야겠네요. 이번 여행에는 저희들이 다니는 합천 대병중학교를 포함해 진주여자중학교, 산청 단성중학교, 하동 진교중학교, 하동 중앙중학교, 사천여자중학교, 진해여자중학교 등 총 7개 학교의 인솔 선생님과 학생 21명이 참여했습니다. 인솔 단장은 김해 삼문고등학교 서행련 교장선생님이 맡으셨고요. 부단장 선생님은 문태석 사천교육지원청 장학사님 동행해 주셨습니다. 촉석초등학교 유동안 보건선생님도 함께 하셨습니다. 자 그럼 저희들의 3박4일 일본 여행기를 시작해 볼게요. 출발합니다.
◇ 날아라 비행기…처음 밟은 일본 땅에 ‘두근두근’
(은서·윤아) 김해공항 국제선 출국장은 처음 와봐요. 천장도 높고 사람도 엄청 많네요. 두근두근. 저희들이 일본을 가다니…. 근데 너무 티내면 촌스럽겠죠? 나대는 가슴을 좀 진정시키고 안전벨트를 꽉 채웁니다. 비행기가 떠요. 꺄~. 저희들은 지금 일본으로 갑니다. 대한민국아, 잘 지내고 있으렴.ㅎㅎ.
(윤아) 비행기 창문 밖으로 콩알만해진 건물이 어느새 사라지더니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를 날아요. 그러다가 금새 구름 위로 올라왔네요.
(은서) 그렇게 한참을 날았나 싶더니 다시 콩알만한 건물들이 보여요. 저기가 일본이네요. 와~. 건물이랑 집들이 예뻐요. 도로 위 차들은 왼쪽으로 다니네요. 신기 신기.
(윤아) 근데 일본이 생각보다 가깝네요. 40분 정도 날아오니 어느새 일본. 자! 처음 밟아보는 일본 땅. 반갑다, 일본아~.
(은서) 후쿠오카 공항도 사람이 엄청 많아요. 오가는 사람들의 국적도 다양하고요. 진짜 해외에 나온 기분이네요. 얼른 입국 수속하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집니다.
문화탐방 일행들은 별 탈 없이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일본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간단한 인원 체크 뒤 버스 한 대에 탄 일행은 첫 목적지인 일본 사가현의 가라쓰시(市)에 위치한 나고야 성 박물관으로 향했다.
(윤아) 여기가 사가현립 나고야성 박물관입니다. 가이드 선생님 설명을 들어보니 이곳은 16세기 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할 때 거점지로 쌓은 성이라고 해요. 처음에는 ‘자기들의 침략전쟁을 기념하기 위해 이 박물관을 만들었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은서) 맞아요. 이 박물관은 도요토미의 출병을 잘못된 침략전쟁이라고 규정하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일본과 한국의 교류역사를 주제로 각종 전시물들을 전시하고 있더라고요.
(윤아) 실제로 박물과 입구에는 제주 돌하르방이 서 있었고요. 박물관 안에도 백제 금관이나 반가사유상 같은 우리나라 문화제(복제품이라고 하네요)가 전시돼 있었어요.
(은서) 그뿐만이 아니에요. 고려시대 불화도 있었고요. 거북선 모형과 당시 조선 수군의 무기들도 전시가 돼 있었어요.
(은서·윤아) 일본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이 조금 멋져보이기까지 했답니다. 근데 왜 일본인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같은 비교적 최근 일들은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는 걸까요? 일본 사람들은 듣던대로 참 이중적인거 같아요.
학생들은 일본의 한 작은 박물관을 가득 채운 우리나라 유물과 문화재를 둘러보며 신기해 했다. 이국 땅에서 만난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적잖이 새로웠나보다. 1시간 정도 관람을 끝낸 탐방단은 숙소로 향했다. 일본에서의 첫 식사와 잠자리가 준비된 호텔에 도착한 학생들은 서둘러 짐을 풀고 다소 이른 저녁을 먹었다. 이후는 자유시간. 처음보는 사이라 다소 어색했던 아이들은 식사자리에서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며 차츰 친해져갔다. 여기저기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이렇게 일본에서의 첫 일정이 마무리됐다. 은서와 윤아도 긴장했던 탓인지 첫날 여정을 조금 일찍 마무리하고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은서·윤아) 일본에서 맞는 첫 아침입니다. 아침부터 새들이 어찌나 울어대는지요. 졸린 눈을 비비며 호텔조식을 먹고 이틀 차 여정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나가사키 원폭 자료관부터 방문할 거에요. 책에서만 봤던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곳을 갑니다. 벌써부터 긴장되네요. 그후에는 영화로도 잘 알려진 군함도, 쿤칸지마도 가 볼 예정입니다.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라서 날씨가 좋아야만 갈 수 있다고 하네요. 부디 바람이 많이 불지 않기를. 자! 오늘의 여정 떠나볼까요?
이튿날의 첫 일정은 나가사키시(市) 원폭 평화기념공원이다 이곳에는 원폭 자료관과 한국인 위령비도 있어 이번 탐방에 역사적 의미를 더해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폭탄’, ‘전쟁’, ‘희생자’, ‘위령비’ 같은 단어가 나오자 아직은 나이 어린 중학생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가시고 약간의 묘한 긴장감마저 버스 안에 감돌았다. 어쨌든 세계 제2차 대전을 종식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 도시에서 학생들은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은서) 버스를 꽤 오래 탔어요. 호텔에서 2시간은 족히 떠나온 것 같네요.
(윤아) 일본의 햇빛은 장난이 아니네요. 평화공원에 도착했는데 사람도 엄청 많은데다 또 엄청나게 큰 동상을 보니 뭔가 좀 압도당하는 느낌이랄까요.
(은서) 가이드님의 설명을 듣자하니 이 곳은 제2차 세계대전 중 1945년 8월 원자폭탄이 떨어진 나가사키시 중심에 조성한 공원이라고 하더라고요. 여기에는 또 원폭 자료관도 있고 원폭 사망자 추도 평화기념관도 있었어요. 특히 공원 한쪽에는 당시 폭탄에 파괴된 교회 건물이 있었는데 원폭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윤아) 평화 공원 중심에 있는 10m 높이의 평화상도 인상깊었어요. 동상의 오른손은 핵무기의 위험을 가리키고 왼손은 영원한 평화를 상징한다고 해요. 그리고 접힌 오른쪽 다리와 땅에 발을 디딘 다리는 명상과 구원, 미래를 각각 뜻한다네요.
(은서) 저희들은 공원 근처에 자리잡은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 위령비는 원자폭탄 투하 당시 일본으로 끌려와 강제노동에 투입됐던 조선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곳이었습니다. 당시 15만 명에 이르는 사상자 중 2만 명의 한국인이 피폭되고 1만 명이 폭사했다는 글귀가 위령비에 한글로 적혀있었어요.
(은서·윤아) 저희 탐방단 모두가 위령비 앞에 꽃을 바치고 묵념하며 옛 선조들의 넋을 기리는 동안 먹먹해진 가슴이 진정이 잘 안되더라고요. 이름도 모른채 다른 나라 땅에서 맞은 이 억울한 죽음을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까요.
(윤아) 그렇게 추모를 마친 저희들은 원폭 자료관을 둘러봤습니다. 이 자료관은 나가사키 원폭 발생 당일 상황과 이후 피해의 참상을 유해와 물건, 사진과 비디오 등의 자료와 기록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자료관은 1층에서 회색 원형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야 했는데 경사로 벽면에는 점차 과거로 향하는 연도가 쓰여 있었어요. 시간을 거슬러 참사가 일어난 때로 돌아간다는 의미인 것 같았습니다.
(은서) 경사로의 끝에는 ‘1945’라는 연도가 적혀있고 그 옆에 원폭 투하 시각인 11시 2분에 멈춰진 벽시계가 있었습니다. 전시는 다리가 휜 급수 탱크, 무너진 예배당, 원폭이 만든 엄청난 열에 녹아내린 유리병과 사람 뼈, 폐허가 된 거리 같은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은서·윤아)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를 기원하는 목소리가 이곳 자료관의 주제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가이드님의 설명을 듣자하니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임에도 자신들의 잘못은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버린 채 오로지 피해자로서의 일본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반드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하네요.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 됐습니다. 어쨌든 원폭 평화공원 탐방을 마친 저희들은 또다른 아픈 역사의 현장인 군함도를 향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후 이야기는 ‘하편’에서 전해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정리=김성찬기자 kim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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