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지방소멸 막기 위한 대학의 역할
[아침논단]지방소멸 막기 위한 대학의 역할
  • 경남일보
  • 승인 2024.07.0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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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회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권진회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대한민국의 화두 중 하나가 인구감소이고, 그 현상의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는 것이 바로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이고, 그 한가운데 지방대학이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는 ‘지잡대’라는 조소적인 단어가 사용되고 있고, 공식 용어가 아닌 ‘지거국(지방거점국립대학)’이라는 표현도 사용된다. 모두 지방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고 이 의미는 수도권이 아닌 2등 지역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하여 영 마음이 편치 않다. 경상국립대학교나 부산대학교 등은 ‘지거국’이 아니라 ‘국거국’ 즉 국가거점국립대학이다. 서울대학교까지 포함하면 전국에 10개이고 대한민국의 고등교육을 책임지는 핵심 국립대학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지방 사립대학뿐만 아니라 국가거점국립대학까지도 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존립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감소기에 접어들었고 그 추세는 시간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 인구는 줄지 않고, 이러한 추세와 비슷하게 수도권 대학들의 학생 정원도 줄지 않고 있다. 인구는 감소하는데 수도권 대학 입학정원이 줄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지방대학 입학생들의 수능등급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지방을 살리기 위해 서울에 가지 말고 지방대학으로 오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서울은 지방이 가지지 못한 교육적, 문화적 환경을 제공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인구가 많으니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고 정부도 끊임없이 서울과 수도권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투자하게 된다. 인구와 사회적 인프라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다 담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수레 같은 상황이다. 수도권의 재앙은 곧 대한민국 전체의 파멸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를 한번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고 국가적 차원의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 다소 효율이 떨어져 보이더라도 공공기관 이전과 지방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같은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지속적 추진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면 지방대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지방의 존립과 대학의 지속가능성은 같은 현상에 대한 다른 표현일 뿐이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대학만 독야청청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현대의 대학은 어떤 형태로든 산업과 함께 가야 하기 때문이다. 경상국립대학교는 3년 전 경상대학교와 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합친 통합 대학이다. 교수와 직원이 2000 명이 넘고 대학병원 두 개를 포함하면 고용인원이 5000여 명, 학생이 2만 6000여 명이다. 국가의 균형발전과 우리 경남의 발전을 위해 경상국립대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필자는 대학 캠퍼스의 대변신을 제안한다. 114년 역사의 경상국립대 칠암캠퍼스는 최고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 마침 지난 5월 27일 우주항공청이 우리 지역에 개청했고, 경상국립대는 우주항공대학을 신설했다. 작년에는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선정되어 우주항공·방산 분야 육성을 위해 국고만 1000억 원을 확보했다. 올해 말이면 진주와 사천에 50만 평의 항공국가산단이 완공된다. 바야흐로 서부경남 산업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제 칠암캠퍼스는 한강 이남 최고(最古)의 대학캠퍼스에서, 한강 이남 최고(最高)의 산학협력캠퍼스로 변할 때가 되었다. 우주항공을 비롯해 바이오 분야까지 많은 창업초기기업을 유치하고 칠암캠퍼스를 남부지역 최고의 산학협력캠퍼스로 조성해, 대학 내에서 바로 산학협력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연구비 수주와 학생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경상국립대가 산학협력과 창업 활성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지역 소멸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되기를 기대하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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