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채영 마루문학 발행인
행복지수 1위 나라 부탄이 최근 행복지수가 추락했다. 주범은 다름 아닌 핸드폰이다. 2011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였던 부탄이 8년 뒤 2019년 95위로 행복지수는 급락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과 SNS로 다른 나라와 비교되는 자국의 빈곤을 알게 되고서 부터였다. IT강국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어떨까? OECD 37개국 중에서 35위 수준이다. 정보통신의 발달과 행복지수는 반비례하는가. 오늘도 카페엔 흔한 풍경이 펼쳐진다. 하하호호 들어왔지만 음료가 채 나오기도 전 대화는 핸드폰이다. 앉으면 각자 바삐 은행엘 가고 주식시장, 극장엘 다녀오고 쉴 새가 없다. 대화가 끊긴 요즘 흔한 풍경이다. 1977년 점방에서 “아제, 얼른 와보이소 부산 큰딸이라네예, 뭐 아를 낳았다 카는 갑심더” 그 기쁜 소식을 동네 하나 밖에 없는 전화기를 통해 날아오면 신이나 신발 한쪽이 나 뒹굴어지는 것도 모르고 뛰어가 받았던 전화기라는 묘기가 주던 국민학교 때 추억 새삼 웃음이 나온다. 그러다 집전화가 보편화됐다. 뚜뚜뚜 신호음과 함께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듣는 기쁨도 잠시 “뭐 그리 오래 하노, 얼른 안 끊고 요금 마이 나온다” 어여 끊으라는 부모님의 근검걸약 잔소리를 보약으로 듣고 자랐다. 부의 상징 무전기 같은 휴대폰이 신세계를 보여주더니 이제는 없는 사람이 신기할 지경의 휴대폰 홍수시대다. 참 편해졌고 편리한데 더 바쁘고 더 힘든 것은 무슨 이유일까를 생각케 하는 대목이다. 어느 외국기자의 말이 뇌리를 떠나질 않는다. ‘한국사람 거의가 핸드폰에 미쳤고 트로트에 미쳤고 공짜에 미쳤다’고 미국에 돌아간 기자가 지적했다. 스마트폰 중독은 직관 중독, 배금 중독, 편의 중독으로 이어져 그 병폐는 이제 사회문제로 이어지는 형편이다. 소식을 전하는 기능에서 영화를 보고 주식을 하고 재택근무를 하고 소통의 중심인 핸드폰, 그러나 오히려 내면적 소통과 본질적 관계성을 해치는 단계로 진화했다. 소통과 행복은 과연 어떤 관계인가. 처음에는 핸드폰 없이도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생필품을 넘어 기호품으로 자리 잡았고 없이 사는 것은 생각하기도 어려운 지경이 됐다. 손에 잡을 힘만 있으면 나이불문 남녀불문 핸드폰을 제일 먼저 산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몇 해 전 유명 휴대폰 광고에 ‘휴대폰을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카피 속에 지혜가 숨어있다. 단 하루만이라도 스마트폰을 꺼두자. 정보의 홍수에서 벗어나 책을 들어보자. 가까운 지인과 스마트폰 없이 수다를 떨어보자.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기계로서의 한계를 인식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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