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관계의 감수성과 표현
[경일춘추]관계의 감수성과 표현
  • 경남일보
  • 승인 2024.07.0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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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윤 진주교대 교수
최종윤 진주교대 교수


초등학생들이 무대 위에서 멋진 공연을 하는 모습을 봤다. 학생들이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학창 시절에 읽었던 ‘현이의 연극’이 떠올랐다. 이 작품은 초등학생 딸 현이가 연극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사색과 성찰을 표현한 수필이다. 현이는 비록 사소한 역할이라도 엄마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믿음, 엄마가 실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으로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한다. 엄마에게 딸은 어떤 역할을 하든지 주인공이다. 엄마 눈엔 딸만 보인다. 둘은 그렇게 서로에게 버팀목이 됐다. 이 작품은 두 사람 사이 관계의 감수성을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풍성하게 표현해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다시금 유념하게 한다.

우리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 부모와 자식처럼 가정적인 인연도 있고, 친구나 직장 동료처럼 사회적인 인연도 있다. 사람과 사람이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타인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노스웨스턴대학의 McAdams 교수는 높은 친밀감 동기가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행동을 이끈다고 했다. 그는 ‘친밀감 동기’를 다른 사람과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성향이라고 설명했다. 친밀감 동기가 있어야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다음으로 마음을 언어·비언어적으로 적절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쓰기 교육에서 친교를 위한 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필자와 독자가 친밀하게 교류하고 마음이 통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편지 쓰기가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타인 이해가 기본이다. 자기만의 관점에서 판단하지 말고 인간의 보편성을 지향해야 한다. 사람은 각자 다른 선행 경험을 가졌으므로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우리가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문화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자기의 마음을 적절히 표현해야 한다.

안도현 시인은 ‘간격’이라는 작품에서 나무와 나무, 대상과 대상 사이에는 주체를 구분하는 간격이 있음을 표현했다. 나무가 모여 숲이 되듯, 개인 간 관계가 모여 공동체를 이룬다. 인간과 인간이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공동체의 모습이 결정된다. 요즘은 문자 메시지 등 관계의 감수성을 표현하는 방법이 점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마음도 늘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에게 관계의 감수성을 긍정적으로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나의 마음이 상대에게 전달되게 적극적으로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가벼운 안부의 말도 좋고, 편안한 미소도 좋다. 관계의 소중함을 알고 주변 사람에게 표현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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