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지난달 27일 취임 10주년을 맞아 야심찬 계획 3가지를 발표했다. 그 중 하나가 경남형 사회적 돌봄, 다시말해 지자체와 손잡은 새로운 사회적 돌봄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약속이다. 근데 이 녀석 때문에 최근 사달이 났다.
교육감의 확신에 찬 약속 이후 12일 뒤인 지난 9일 경남교육청 초등교육과는 ‘지역 맞춤형 돌봄 모델 공모에 밀양·남해 선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빠르게 내놨다. 일이 착착 진행되는 것이 뭔가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졌다. 충분히 그래보였다. 남해군이 아흐레 뒤 손바닥을 뒤집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난 18일 남해군은 설명자료를 내고 공모 선정 자체를 부정했다. ‘사전 협의 과정에서 학부모·주민·단체·의회 등 다수가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한 사업’이기 때문에 ‘남해교육지원청에 이런 자신들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했다고 했다. 아예 ‘공모 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남해교육지원청이 남해군의 뜻은 무시한 채 독단으로 경남도교육청에 공모신청을 넣었고, 이것이 심사를 통과해 남해 해양초가 사회적 돌봄모델 시범운영 학교에 선정된 것이다. ‘남해둥절’ 할만하다.
곧바로 경남교육청 초등교육과가 기자실을 찾아 해명에 나섰다. 공모 진행과정에 남해교육지원청과 남해군이 충분히 협의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고 선정’했단다. 또한 이번 사업 완수에 대한 남해교육지원청의 ‘의지가 다소 과한 부분’이 있었다고도 했다. 그 ‘의지의 과잉’을 ‘충성의 과잉’으로 받아들인 기자가 비단 나 뿐이었을까? 또한 아무리 의지가 강했기로서니 수십억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을 가능성에만 의지해 진행하는 공무원의 배짱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석연찮은 뒤끝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경남도교육청이 덜컹거린다. 지난 5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박 교육감의 격노(激怒) 풍문부터 개방형 공모직 인사에 잇단 측근 내정설 의혹, 이달 초 교육감이 참석한 행정실장 리더십 함양 연수 자리에서의 어수선함과 이후 이어진 뒷말들. 그리고 작금의 남해교육지원청의 헛발질과 박 교육감의 경남도지사 출마설까지. 꼬리를 무는 사건과 풍문에 교육청 안팎이 뒤숭숭하다. 이러다 경남교육청이 하인리히 법칙의 딱 좋은 샘플이 되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계속 이런식이면 ‘절름발이 오리’ 얘기가 나오는 것도 시간문제 아닐까. 명심해야한다. 불만에 찬 이들은 소문을 먹고 산다.